전자ㆍ물산 등 임직원 2만명 입주
이색 레스토랑ㆍ선술집 '불야성'
고깃집ㆍ감자탕집은 "효과 없어"


"삼성에서 회식 예약이 들어와 자리가 없네요. "

지난 9일 저녁,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서 100m가량 떨어진 퓨전 선술집 '궁'.인도풍 식기에 고풍스런 분위기를 내는 80평(264㎡)짜리 이 점포는 파란색 삼성 배지를 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윈저''임페리얼' 등 위스키를 6만~7만원대에 내놓으면서 젊은 직원은 물론 40~50대 간부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신흥식 지배인은 "삼성맨들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이곳 저곳 옮겨다녀 이 일대 업주들 사이에선 '삼성 노마드'(유목민)를 붙잡는 게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강남역 3,4번 출구 뒤편으로 3개 동의 '삼성타운'이 들어선 지 오는 17일이면 두 달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1개 삼성 계열사 임직원 2만여명이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강남역 일대의 상권지도를 바꾸고 있다. 가뜩이나 붐비던 강남역 일대의 하루 유동인구는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삼성타운의 입주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곳은 강남역 2번 출구 일대와 6번 출구에서 교보문고 사거리 방면으로 약 500m 내의 상권이다.

삼성 직원들이 퇴근 후 이동하기 쉬운 데다 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던풍의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업소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밤이 되자 2번 출구쪽에 있는 대형 호프점 'BTB'에선 탱크톱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비어 걸'들이 서빙하는 테이블 사이로 삼성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준우 BTB 강남점장은 "미국 후터스와 비슷한 컨셉트가 어필하며 해외 유학파와 20~30대 젊은 삼성맨들이 많이 온다"며 "요즘 한 달 매출이 1억원으로 작년 초 개장 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귀띔했다.

다른 곳에서 삼성맨들의 검증을 받은 업소가 분점을 열기도 한다. 테헤란 남1로의 일식점 '섭지코지'는 분당 본점에 이어 삼성타운 입주에 맞춰 작년 11월 이곳에 2호점을 냈다.

지민구 섭지코지 대표는 "분당에서 강남으로 이사온 삼성SDS 직원들이 알아보고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삼성 여직원들을 겨냥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강남역 6번 출구 방면 '베니건스' 강남역점은 삼성 직원에 대해 모든 메뉴를 10% 할인해 준다.

박희정 베니건스 강남점장은 "여직원들이 많이 들르면서 최근 객단가(1인당 소비액)가 1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2000원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삼성타운 특수로 주변 상가의 33㎡(10평) 점포의 경우 권리금 2억~3억원에 보증금 7000만~1억원,월세는 500만~700만원에 달한다. 월세는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모든 업소가 '삼성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이기복 아람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삼성타운 입주를 기대해 커피숍과 고깃집,감자탕집 등이 작년에 많이 생겼지만 최근엔 오히려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