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반토막..건설업체 분양가 인하

"아파트 값이 거의 반 토막 난 상황이지만 아직도 바닥을 알 수 없어 막막합니다."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정모 씨는 거래장부를 펼쳐 보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은행 융자를 끼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분양가보다 10~20%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용인 신봉지구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들어선 10여개의 부동산 중개업소 가운데 절반 가량이 오전 11시를 넘은 시간인데도 문을 열지 않았다.

부동산중개업자 김모 씨는 "부동산 경기가 좋던 2~3년 전만 해도 업소마다 직원 2~3명씩을 두고 있었지만 모두 내보내고 부부가 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문을 열지 않은 업소들은 사실상의 폐업 상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9월께부터 거래가 끊기다시피 해 집에서 생돈을 가져다 사무실 임대료를 물고 있다"며 "어쩌다 손님이 하나 오면 업소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구경한 지 두 달도 넘은 것 같다"는 말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표현했다.

지난해 4월 동일토건과 동부건설이 신봉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여전히 30% 가량이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신봉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하려던 GS건설은 견본주택만 지어 놓은 채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새해 첫 분양으로 관심을 모았던 광교신도시의 이던하우스는 3순위까지 가서도 0.66대 1의 경쟁률로 미달 사태를 빚었다.

◇아파트값 폭락..분양가 인하
분당과 용인 수지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급매'를 알리는 광고전단이 유리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분당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06년 봄과 비교해서 소형은 30%선, 중대형은 40%에서 절반 가량까지 떨어진 가격이라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2006년 가을까지도 11억~12억원을 호가하던 분당구 이매동과 서현동의 160㎡(48평)형 아파트가 5억5천만원에 '초급매물'로 나와 있었다.

용인 동천지구의 삼성래미안, 상현지구의 현대힐스테이트, 신봉지구의 동일하이빌 등의 경우 50~60평형대가 분양가보다 1억~2억원이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매물로 올라와 있지만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분양가를 인하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동일토건은 지난해 4월 신봉지구 분양에서 분양률이 50%에도 못 미치자 11월 분양가를 평형별로 6~10% 낮춰 재분양했다.

분양가 인하 후 분양률을 70%선까지 끌어올렸지만 50~60평형대는 기대에 못 미쳐 60% 가량이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용인 공세지구와 신갈지구에서 저조한 분양실적을 거둔 대주건설과 남광토건도 10% 안팎의 분양가 인하를 단행했다.

◇역전세 현상도..전망은 엇갈려
이들 신도시 지역에서는 전세 시세가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용인 상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전세가 역시 1, 2년 전보다 20~30% 가량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이 전세가를 낮춰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줘 가며 재계약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지역의 110㎡(33평)형 아파트 전세 시세가 1억5천만원선으로 지난해보다 30% 가량 빠졌고 분당구 서현동도 2억5천만원선이던 110㎡(33평)형 아파트 전세금이 1억7천만원까지 떨어졌다.

항후 부동산 경기의 전망에 대한 업자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렸다.

수지 상현지구의 공인중개사 정모 씨는 "내년 하반기쯤 되면 미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국내 부동산 경기도 풀릴 것이라는 진단이 있긴 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바닥이 어딘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분당 서현동의 공인중개사 최모 씨는 "올들어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서서히 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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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성남연합뉴스) 박기성 김동규 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