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ㆍ연장시 최고 3.5%P 적용…대출자 부담 여전

경기도 안양에 사는 K씨는 2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신한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K씨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1.1%포인트 조건으로 대출받아 쓰고 있는데,만기를 연장하면 가산금리가 1%포인트 높아진 2.1%를 적용받게 된다는 얘기를 들은 탓이다. 당황한 K씨는 SC제일은행을 찾아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규 대출의 경우 가산금리 2.3%를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K씨는 "시중금리는 떨어지는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안내리고 이익만 챙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은행들의 주택대출 금리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주택대출 금리는 대부분 'CD 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지는데,은행들이 최근 CD 금리 하락분을 거의 상쇄시킬 정도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이미 가산금리를 계속 높여 현재 1.43~2.63%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0.7~0.8%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CD 금리는 2.5%포인트 이상 내렸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7~1.8%포인트 하락에 그치고 있다.

SC제일은행도 지난해 7월 1.2~2.3%였던 가산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현재 1.5~3.5%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주요 은행들은 CD 금리에 0.8~2.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해왔다. 가산금리는 거래 실적,카드 가입 여부,예금 가입 실적,신용등급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그런데 최근 은행들이 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CD 금리가 떨어지는 만큼 대출 금리를 내릴 경우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주력 예금상품의 금리가 연 6~7% 수준이었다"며 "주택대출 금리를 연 4%까지 내리면 은행은 역마진이 생겨 적자를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임원도 "기존 대출자는 CD 금리 하락의 혜택을 그대로 보지만 신규 대출받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때에는 가산 금리를 올려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가산 금리는 은행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면서 "은행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영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은행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CD 금리가 치솟았던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산 금리를 전혀 내리지 않았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CD 금리가 떨어지자마자 가산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4개월여 만에 기준 금리를 2.75%포인트나 낮췄는데도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1~2% 정도만 낮추는 과당 경쟁을 해 놓고서 그 책임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재형/유승호/박준동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