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약세에도 상승세를 타거나 강보합세를 유지해왔던 지역의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속속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달까지도 강보합세를 유지했지만 금융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매수세가 사라지자 매물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약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꾸준한 강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이달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압구정 구현대3차 109㎡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평균 12억원을 유지했지만 지난 주 11억7천500만원으로 2천500만원 내렸고, 구현대4차 145㎡도 9월말까지 23억5천만원이던 것이 최근 23억원으로 5천만원 떨어졌다.

지난 주 현대사원 아파트도 105, 115, 119㎡가 올해 처음으로 2천500만-5천만원 하락했다.

압구정 현대는 송파 잠실 주공5단지, 개포 주공단지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줄곧 하락할 때도 초고층 재건축 허용 기대감으로 '독야청청'하며 강보합세를 유지해온 단지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실물경제 위기감이 퍼지면서 이달 들어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며 "초고층 재건축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2006년말-2007년초에 융자를 5억-6억원씩 끼고 샀던 사람들이 대출이자 부담을 못 이겨 시세보다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서울 송파, 강남구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약세가 9월 이후 노원, 도봉구로 번진 뒤 이달 들어서는 강북, 성북, 종로구 등 강북권과 강서, 관악구 등 서남부권까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을 통틀어 유일하게 오름세를 보이며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인천지역도 지난 주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인천 아파트 매매값은 -0.03%로 올해 들어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

인천지역은 송도국제도시와 청라, 영종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 기대감으로 줄곧 강세를 보여왔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인천 아파트값이 지난 9월 0.44%에서 지난 주 0.03%로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웰카운티 1단지 145㎡와 162㎡는 이달 들어 4천만-5천만원 정도 하락했고, 연수구 동춘동 한양1차 162㎡는 3천만원, 부평구 삼산동 삼산타운2단지 두산위브 105㎡는 1천만원 정도 내렸다.

송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 신규 분양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기존 주택은 대출 부담 등으로 매수세가 없다"며 "일부 투자목적으로 들어왔던 수요자들은 집을 팔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동두천시가 지난 주 0.18% 하락하며 올해 들어 첫 약세로 돌아섰고 의정부, 하남, 안산, 양주시 등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매매값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집값도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지금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데 대한 피로감 때문"이라며 "단기 조정에 그칠 지, 대세 하락일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경제상황을 볼 때 당분간 고점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