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집값 동향의 바로미터로 꼽혀왔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411가구)가 청약 1순위에서 미달된 것은 무엇보다 분양가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경쟁단지인 반포자이(3444가구)보다 3.3㎡(1평)당 20만원 가까이 낮지만 평균 분양가는 3.3㎡당 3126만원으로 여전히 3000만원을 넘는다. 후분양제여서 가장 작은 86㎡(26평)형의 경우 7억6600만원을 9개월 안에 내야 한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15일 "요즘에는 아파트를 얼마나 잘 짓느냐보다 집값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가 1순위 미달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포래미안 주변 아파트값은 6억~7억원에도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가격 격차가 커 보였다.

반포 래미안이 편의시설과 학교 등을 갖춘 인기단지인데도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보임에 따라 향후 강남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하반기에 1만8000여가구가 입주한 잠실처럼 대규모 주택공급에 따라 주변 집값이 연쇄적으로 떨어지는 '공급의 힘' 효과가 반포일대에 물결처럼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분양했던 반포자이는 청약 1순위에서 입주자 모집을 마치면서 평균 경쟁률 2 대 1을 보였으면서도 실제 계약률은 저조(업계 추정 70%)했다. 반포래미안도 비슷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포자이는 차익실현에 나선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가격보다 싸게 물량을 내놓으면서 분양조합측이 추가분양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전문가는 "올 초만 해도 규제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있었는데 금융위기 여파로 지금은 매수세가 실종됐다"며 "기존 주택거래에 이어 신규분양도 강남권에서는 어려울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