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구로구 일대 중개업소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며 하루 일과를 때우고 있었다. 아파트 값이 수천만원씩 오르면서 매수자와 매도자로 북적거렸던 봄철과는 딴판이다.

오류동 화신공인 관계자는 "4,5월에는 매달 20여건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중개업소마다 매수자와 매도자로 북적거렸지만,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며 "벌써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가격 급등세를 보여왔던 구로구가 소강상태에 빠졌다. 이미 크게 올라버린 집값에 매수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가 늘어난 데다 개발호재도 모두 가격에 반영돼버린 탓이다.

올 봄 구로구 집값 오름폭은 상당했다. 지난 4월 뉴타운식 광역개발이 발표되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형성됐고,준주거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강세를 이어갔다. 상승세는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실거래가 추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구로구 개봉동 한마을 아파트 82㎡형은 1월만 해도 2억7000만원대에 팔렸다. 하지만 6월에는 3억4000만원까지 거래됐다. 7000만원이 뛴 것이다. 연초에 1억5000만원 선이었던 구로동 두산위브 66㎡형도 지난달 최고 2억3000만원에 팔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구로구는 올 들어 평균 아파트 값이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5월에는 1.42%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은 0.35%가 상승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3개구는 오히려 0.36% 떨어졌다. 구로구 아파트 값은 4,5월에도 0.91%와 0.92% 뛰었다.

구로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소형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주택 크기와 상관없이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씩은 올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로구 주택시장의 활기는 지난 4월 발표된 뉴타운식 광역개발 영향이 가장 컸다. 노후주택이 밀집한 개봉동 고척.구로동 일대(1단계 193만9800㎡)를 구청이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게다가 서울시 의회는 지난달 준공업지역 공장부지에 아파트를 80%까지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까지 통과시켰다.

구로동 한 중계업소는 "메가톤급 호재가 이어진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밝혔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석 달 만에 꼬리를 내린 분위기다. 지금도 매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매수세가 아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매수에 나설 경우 자칫 '상투'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데다 각종 개발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추가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는 또 최근 구로구 구로.신도림.가리봉.개봉.고척.오류.온수동 등 일대 준공업지역 6.82㎢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도 비수기인 여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거래 활성화가 될 수 있겠지만 추가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구로동 한솔공인 박기종 사장은 "저평가 매력에 솔깃했던 수요자들이 지금은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부동산 정책변화나 경기활성화 등의 대외적 변수가 없다면 연말까지는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윤형훈.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