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서울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 등 대표적인 강북권 아파트값이 흔들리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이 하락할 때도 끄떡없던 이 곳이 최근들어 매매거래가 급감한데 이어 개별 아파트별로 급매물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여름방학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전세시장 마저 얼어붙어 꼼짝않는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는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강북 아파트값이 점차 하강곡선을 긋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노.도.강'도 맥못춰 =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아파 매매값 상승률 1위(21.31%)를 기록했던 노원구에는 최근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계동 일대 아파트는 최근들어 거래가 뚝 끊긴 가운데 보람 109㎡형의 경우 최고가(4억6천만-4억7천만원) 대비 4천만원 정도 싼 4억2천만-4억3천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팔리지 않는다.

상계동 P공인 대표는 "노원구 아파트값이 아직 완전한 하락세라고 보긴 어렵지만 시세보다 싼 급매물 조차 살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돼 조만간 약세로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원가가 밀집해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아직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정이 급한 사람이 시세보다 2천만원 싸게 내놓은 급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있다.

중계동 주공5단지 80㎡는 3억5천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 3억3천만원으로 내렸고, 하계동의 온천 청구 105㎡는 최근 5억6천만원에서 5억5천만원으로 1천만원 하락했다.

도봉구 도봉동의 E공인 대표는 "지난 4월 중순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거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올 봄과 같은 호가 상승세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매수자들이 단기간에 집값이 오른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 4월 중순 강북지역 7개구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한 후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조사한 실거래 신고 건수를 보면 서울 도봉구의 경우 지난 4월 1천410건이 거래됐으나 5월에는 229건으로 83.8% 감소했다.

또 노원구는 지난 4월 1천593건에서 5월에는 497건으로 68.8%, 강북구는 4월 321건에서 5월 211건으로 34.2%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송파구의 거래건수가 86.5%(4월 610건→5월 1천138건), 강남구가 3.1%(548건→565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방학 이사철이 무색할만큼 전세거래도 거의 없다.

중계동 T공인 대표는 "예년같으면 학원 수요가 몰려오는데 올해는 방학 특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전세 수요도 대부분 재계약하고 눌러 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달 초 입주를 시작한 은평구 불광동 현대힐스테이트도 전세 수요가 없어 109㎡의 경우 2억5천만원 이상 내놨던 전셋값이 현재 1억8천만-2억원에도 안나간다.

◇ '경기 침체'가 원인 = 전문가들은 강북 아파트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인을 경기 침체에서 찾는다.

고유가, 고금리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강남에 이어 강북도 불황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강북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 경쟁력이었는데 최근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게 문제"라며 "거시경제 침체와 고금리 우려속에 강북지역만 나홀로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강북 아파트값이 가을 이후에도 반짝 상승세에 그치거나 일부 가격조정이 예상된다"며 "강북 집값 조정을 '거품 붕괴'로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당분간 투자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강북 주택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분위기"라며 "거래 침체가 당분간 계속된다면 급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