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누적 등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신도시 등 공공택지 안에 조성되는 아파트나 연립주택 용지마저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그동안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도로.공원.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수요자들의 인기가 많다 보니 주택건설업체들에는 공공택지가 '분양 보증수표'로 통해왔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자금부담이 큰 후분양 방식을 적용한 택지가 공급되면서 요즘엔 택지지구 내 아파트 용지 매입을 꺼리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16일 한국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김포 한강신도시와 평택 소사벌지구에서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4~5월 공급된 전용 60~85㎡ 임대주택용지는 신청업체가 한 곳도 없어 미달됐다.


같은 기간 공급된 분양주택용지는 김포신도시(전용 85㎡ 초과)에서 7개사,평택 소사벌지구(전용 60~85㎡)에서 19개사가 경합했지만 이 마저도 지난해 김포(16 대 1)와 소사벌(46 대 1)의 청약 경쟁률에 비해서는 신청업체가 절반 이상 줄었다.

지방권의 경우 대한주택공사가 최근 부산 정관지구에 분양한 아파트 용지 4개 필지와 연립주택용지 5개 필지에 신청자가 전혀 없었다.

연립주택용지나 단독주택용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공급된 남양주 별내지구 연립주택용지에는 한 개 업체만 신청했다.

입지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지난해 김포 장기지구나 파주 교하지구 연립주택용지는 30~50 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마감됐었다.

단독주택용지도 최근엔 1~2순위에서 마감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올 들어 110필지가 분양된 화성 향남지구는 신청자가 21명(20필지)에 그쳐 90필지가 대거 미달됐다.

또한 김포 장기지구 99필지를 비롯해 남양주 진접,대전 서남부지구,화성 향남지구 등에서는 미분양된 택지를 모두 재분양 중이다.

이에 따라 토지공사는 현재 김포신도시 임대주택용지 1필지와 제주 삼화지구 분양.임대주택용지 3필지를 재공급 중이며,평택 소사벌지구 임대주택용지(1필지),광주 선운지구 아파트용지(7필지) 등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돌려 매입희망자를 찾고 있다.

미분양 걱정이나 자금난으로 아파트용지를 해약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최근 부도로 쓰러진 W사가 전용 60~85㎡ 규모의 분양주택용지를 해약했고,광주 수완지구에서도 전용 85㎡ 초과 중대형 연립주택용지의 계약이 해지됐다.

이처럼 공공택지 내 주택용지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쌓이는 미분양에 주택수요 위축세마저 계속되면서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부담이 심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후분양제나 늘어난 임대주택 의무임대기간 등도 주택건설업체가 택지매입을 꺼리는 요인이다.

공공택지는 올해부터 공정률 40%를 넘긴 뒤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는 업체에 택지를 우선 공급하고 있지만 중소.중견업체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착공 후 1년~1년6개월이 지난 뒤부터나 분양대금 수입이 들어와 그 전에는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용지 역시 의무 임대기간이 10년으로 종전(2년6개월~5년)보다 2배 이상 늘어 자금회수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총 사업비가 5000억원이라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공사비로만 1000억원 정도를 미리 투입해야 한다"며 "자금여력이 없는 업체로서는 공공택지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