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벌였던 건설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도시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왔던 사업들이 좌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지방에서 청약률 '제로' 현상이 확산되는 등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이 고사 직전에 있는데 혁신도시마저 흐지부지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감당해야 할 판이라며 새 정부의 정책 수정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 실적은 매우 심각하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원주 전주 진주 등 혁신도시 근처에서 지난해부터 모두 5만1000여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다. 혁신도시 안에는 공기업 본사 등이 이전하고 택지는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공기업 식구들을 보고 분양한 것. 하지만 계약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심지어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모델하우스가 필요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파트가 모두 지어진 뒤 실물을 보고 사도 될 만큼 분양이 어려서워다. 이들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한 업체들에 혁신도시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소식은 회사 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최대 악재다.

아직까지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지 않은 업체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진주에서 아파트 공급을 계획 중인 A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의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혁신도시 호재가 사라지면 분양실적이 예상보다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전주에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사뒀다는 B업체 관계자도 "지방 분양시장이 살아나면 사업을 추진하려고 비싼 금융비용을 감당하면서 참아왔지만 분양가 상한제에 혁신도시 재검토까지 겹치면서 사업 의지를 잃었다"면서 "청천벽력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