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조 건설 PF '안전판' 마련되나

총 100조원을 웃도는 건설사 차입금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금융계에 비상이 걸렸다.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게 될 중견 건설사들이 연쇄 부도를 낼 것으로 보고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건설업계 지원 자율협약을 재추진하고 있다.건설사 지원 자율협약은 지난달 손보사 등 제 2금융권의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초 자율협약안대로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해 주면 정부의 규제완화 및 지원책 등으로 건설업계가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하지만 제2금융권이 여전히 참여를 꺼리고 있어 협약 추진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아파트 미분양 등의 사태가 장기화하고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건설업계 연쇄 부도→금융권 부실화→금융시장 마비→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차입금 대부분 단기"

4일 금융감독 당국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손보사 저축은행 생보사 신용보증기금 여신전문회사 자산운용사 등 전 금융권이 건설협회 도급 순위 1∼300위 건설업체에 빌려준 총액은 105조원으로 집계됐다.이는 일반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ABS) 자산유동화담보부기업어음(ABCP),보증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도급 순위 1∼100위의 대출총액은 97조원이었으며 101∼200위 5조원,201∼300위는 2조원이었다.도급 순위 300위 내 건설업체 대출금 105조원 중 은행 비중이 69%로 가장 높았으며 손보사가 27%로 뒤를 이었다.그 다음으론 자산운용사(1.5%),저축은행(0.6%),여신전문회사 및 생보사(각 0.5%),신보(0.2%) 등의 순이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1년 단위로 대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5조원 대부분이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 자율협약 재추진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건설업체 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의 자율협약을 마련하고 대주단협의회를 구성하려 했었다.신용등급 BBB- 이상 건설업체가 대출 만기 연장을 요청하면 관련 금융회사들이 대주단을 구성해 75% 이상 동의 시 1년 동안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하지만 손보사 등 제2금융권이 은행 중심의 자율협약이 은행에만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반발,협약은 무산됐다.

은행들은 이달 들어 협약 도출을 다시 추진하고 나섰다.2금융권의 반대로 머뭇거리다가는 자칫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될 것이란 위기감에서다.은행들은 321개 전 금융회사 중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261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참여 요청 공문을 4일 다시 발송하고 이날 오후 7시 간담회를 열었다.또 오는 11일과 13일엔 관련 설명회를 개최,2금융권을 설득키로 했다.은행연합회는 대다수 2금융권 회사가 25일까지 참여하면 다음달 1일부터 협약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권역별 이기주의 극복이 관건

은행들은 협약이 은행에만 이득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TF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도 은행들은 대부분 1순위 채권자지만 2금융권은 그렇지 못해 대출 연장의 이득은 2금융권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보다도 건설업체에 돈이 메말라 연쇄 부도가 나면 제2금융권이나 은행 모두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감독 당국이 '밥그릇싸움'이나 '사무실 타령'만 하지 말고 금융위기 차단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금융계 관계자는 "지금의 분위기로는 시장의 실패로 귀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당국이 금융권역 간 다툼을 중재해 위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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