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 월드마크 주상복합 470가구 분양

국내.외 건설 선두주자인 대우건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월드마크 쿠알라룸푸르'를 선보이며 말레이시아 주택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이 아파트는 국내 대형 건설사가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시행.시공을 겸하는 개발사업인데다 대우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브랜드 '월드마크'를 로열티를 받고 해외에 수출한 첫 사례여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첫 해외 주택 개발사업 '시동' = 대우건설 한 승 말레이시아 지사장은 지난 달 29일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개최된 사업설명회에서 "대우건설이 플랜트 위주의 수주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처음으로 주택 개발사업을 펼친다"며 "내년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잘란 암팡(Jalan Ampang) 인근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상가 등이 혼합된 '월드마크 쿠알라룸푸르'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1983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이래 텔레콤 타워 건설공사 등 13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나 주택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마크 쿠알라룸푸르'는 대우건설이 시공사이면서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인 카우저(Kausar)사와 조인트벤처 회사를 설립해 공동 시행을 맡는 구조다.

총 1만9천743㎡ 부지 위에 지하 3층, 지상 10-20층짜리 5개동으로 들어서며 1개동은 오피스, 4개동은 서비스드 레지던스와 고급 아파트 470가구로 이뤄져 있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88층짜리 쌍둥이 빌딩 'KLCC'에서 직선거리로 3km(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고, 쿠알라룸푸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암팡 도로에 인접해 있다.

특히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 30개국의 대사관이 밀접해 있고,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국제학교가 몰려 있어 자녀의 조기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 곳에서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도록 주거와 업무, 상업 시설을 조화롭게 배치할 계획이다.

골프장과 승마장, 호수공원 등이 인접해 있어 조망권도 좋다.

분양은 관련 인허가가 끝나는 내년 2-3월께 시작하고, 이달 중순께 서울 강남 주택전시관에 모델하우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층별로 차등 적용하며 3.3㎡당 700만-800만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 수요를 위해 분양후에는 전문 관리회사가 임대 등 사후관리를 맡는다.

임대수익은 현재 암팡 지역에 있는 한인타운내 임대수요가 많고 임대료도 강세인 만큼 연 8-9%의 수익은 가능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대우건설 투자개발팀 이낙행 부장은 "분양 물량의 절반 정도는 국내 은퇴 이민자나 자녀 조기유학 대상자를 상대로, 나머지 절반은 말레이시아 현지인 등을 대상으로 분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월드마크' 브랜드 로열티 받고 수출 = 삼성증권 등 국내 유수의 금융기관 9곳이 이 사업에 1천억원을 선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에 국내에서 유행하는 대출 형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달리 시공회사의 지급보증 없이 오로지 사업성만 보고 이뤄진 '개발 투자'여서 관심을 끈다.

삼성증권 윤춘선 부장은 "그동안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요구되는 '반쪽짜리' 금융이었다면 개발투자는 사업성만을 담보로 해 건설사가 아닌 금융기관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그만큼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또 이 사업에서 '월드마크'라는 자사의 주상복합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댓가로 28억원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조문형 홍보팀장은 "과거 대우건설이 미국의 '트럼프월드' 브랜드를 들여와 주상복합 사업을 펼쳤던 노하우를 살려 역으로 국내 브랜드를 해외로 수출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향후 다른 나라로 브랜드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퇴.교육 수요 증가로 분양 낙관 = 회사측은 이번 사업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소득 수준이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은데다 연평균 7%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도 당분간 견고한 상승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또 지난 4월부터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전격 폐지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고, 외국인도 현지 모기지론을 통해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의 최고 90%까지 6% 미만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어 초기 자금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엔 영어, 중국어 등 자녀의 조기 교육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투자 이민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지난 10월 기준 국가별 해외 부동산 취득 건수를 보면 말레이시아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 나라의 가계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6.5배로 서울의 13배, 중국 베이징의 9.8배 보다 낮아 부동산 가격이 저평가 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분양을 맡은 루티즈코리아 김영호 이사는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이 바탕이 돼 안전한 투자처로 인정받고 있다"며 "특히 대형 건설사가 시공.시행을 맡은 만큼 국내 부동산 투자수요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