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 주택시장이 '3무(無)시대'를 맞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게 식었고,대형 아파트 전세수요도 자취를 감췄다.

또 재건축 대상 아파트 등 투자대상도 급매물에 한해 반짝매매에 그칠 뿐 추격매수세가 사라졌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1번지'로 불리며 주택과 땅값을 선도해왔던 강남권에 거래부진과 가격하락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의 명성에 금이 갈 만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6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주택시장은 수요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이른바 '3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이상 징후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 강남 아파트는 그동안 쌓여있던 재건축 급매물을 중심으로 몇 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호가가 8억8000만~9억원인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 아파트 109㎡형의 경우 추석 이전 주에 8억30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개포주공 43㎡형(7억6000만원) 급매물도 이 때 소화됐다.

대선 이후에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급매물 거래는 추격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반짝 장세에 그쳤다.

예전에는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면 추격매수세가 생기면서 가격을 밀어올렸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반포동 강철수공인 강철수 사장은 "추석 무렵 거래 문의가 조금 늘었다가 보름도 못 가서 전화가 뜸해졌다"며 "급매물이 팔리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매매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게 그간의 관행이었는데 요즘엔 이 같은 흐름이 좀처럼 눈에 띄지않 는다"고 말했다.

강남권 대형 아파트 전세시장은 요즘 썰렁하기 그지없다.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치아이파크(768가구)의 경우 중소형 아파트 입주는 90%에 육박했지만 대형 아파트는 대부분이 텅텅 비었다.

인근 신세계공인 김재돈 사장은 "대치동 아이파크에서 대형 타입인 152~178㎡(46~54평)형은 전세가격이 6억~7억5000만원 선인데,이를 찾는 전세 수요는 2~3일에 한 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인기가 없다"고 귀띔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트리지움(3698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형 아파트는 입주가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대형 아파트는 관심 밖이다.

삼전동 A공인 관계자는 "신규 단지의 대형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아야 할 사람들 중에는 분양대금의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턱대고 전셋값을 내릴 수도 입장"이라며 "그런데도 대형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예 없어 가격을 얼마나 낮춰야 임대가 이뤄질지를 가늠하기 힘든 게 더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내놓기 무섭게 팔렸던 서울 강남권 신규 아파트도 요즘은 찬밥 신세다.

지난달 19~21일 청약신청을 받았던 서초구 서초동 L단지는 50가구 모집에 2명만 신청을 했을 정도로 분양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작년 말 분양했던 일부 단지도 계약 시작 1년이 가까워지는데도 미분양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강남구 삼성동에서 분양했던 54가구 규모의 B주상복합은 아직도 미분양을 안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됐던 서초동 A단지(164가구) 역시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이 단지는 분양이 여의치 않자 지난 7월 분양대행사를 새로 선정하고 미분양 해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강남권도 주택시장 위축상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규제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 같은 상황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