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려온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첫 공급된 경기도 군포 부곡지구에서 15일 무더기 미달사태가 발생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시장을 무시한 채 정치적 논리로 무리하게 추진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청약자격까지 완화했지만 외면

이날 군포 부곡지구 환매조건 및 토지임대주태 주택의 1순위 접수결과는 청약 전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지난 12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도 첫날 방문객이 5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썰렁했다.

결국 환매조건부 주택 415가구와 토지임대부 주택 389가구 등 804가구에 대한 이날 청약결과 신청자는 83명에 불과했다.

청약경쟁률이 0.1 대 1에도 못 미친 셈이다.

노부모 우선공급이나 3자녀 특별공급,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특별공급분 역시 무더기로 미달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약신청 자격까지 일반 공공분양 아파트에 비해 완화된 상태였지만 눈길을 끌지 못했다.

실제 주공이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같은 1순위라도 저축 납입횟수가 60회를 넘는 5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반면 이번에는 저축 납입횟수 24회를 넘긴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한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저렴해 보이지만 매월 비싼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고 재산권 행사도 어려운데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시장논리 무시한 무리수 지적

환매조건 및 토지임대부 주택은 지난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합의 형태로 법제화됐었다.

당시 홍준표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한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방식을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자 열린우리당이 '환매조건부 주택'분양방식을 추가하면서 법제화를 마무리지은 것.

하지만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수요자들의 토지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부나 주택공사·토지공사 등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조차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허사였다.

당시 건교부 주택국장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기대심리와 환상을 줄 수 있다"며 "마치 사과 반쪽을 반값에 판매하면서 '반값 사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비판했다가 여·야로부터 동시에 사퇴압력을 받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시장기능을 무시한 채 정치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무늬만 반값'인 아파트를 공급해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셈"이라며 "임대주택을 포함한 현행 서민주거안정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