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대책이후 가격 거품을 의심받아온 재건축 아파트와 인기지역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전국적으로도 집값 오름세가 꺾이면서 부동산 경기가 과열에서 안정 국면으로 뚜렷이 돌아섰다.

그러나 집값 하락세와 더불어 주택거래건수도 급감, 부동산 경기가 자칫하면 한꺼번에 매물이 나와 집값이 빠른 속도로 폭락하는 경착륙 문제를 맞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강남4개구 아파트값 하락..거래 급감


28일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1.11대책 이후 수도권 재건축과 강남권 4개구의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거래는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 값은 지난 19일 서울이 전주보다 0.10% 하락하고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권이 0.12%, 경기도는 0.06%, 수도권은 0.10%가 각각 떨어졌다.

이어 지난 26일 현재 재건축 아파트 값은 다시 전주보다 서울이 0.21%, 강남은 0.23%, 경기도는 0.01%, 수도권은 0.18% 각각 하락했다.

또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5% 올랐지만 강남(-0.2%), 서초(-0.09%), 송파(-0.33%), 강동구(-0.31%) 등 강남권 4개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모두 떨어졌다.

한편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서 접수한 주택거래가격 신고건수는 작년 12월의 10∼20% 수준에 그칠 정도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의 1월 신고건수는 전달의 19%, 송파구는 전달의 21%에 불과했으며, 강남구나 강동구, 분당신도시, 과천시도 신고건수가 전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경착륙 단정은 어렵지만 조심해야

아파트값 하락폭이 지난 1년 평균 월 변동폭보다 2배이상 클 경우에는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 한다는 것은 평균 변동폭의 2∼3배 수준으로 한달만에 가격이 떨어지는 등 급락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평균 전월대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전국이 0.92%, 강북 14개구는 1.16%, 강남 11개구는 1.72%였다.

결국 최근 아파트값 하락폭은 아직 경착륙 수준은 아니다.

정부도 상황을 더 지켜볼 때라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경착륙 정의는 때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다양한 기준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거래 위축 원인도 다양할 수 있는 만큼 아직은 지켜보고 분석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매물이 한순간에 몰릴 경우 경착륙이 초래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연구위원은 "경착륙 여부를 판단하려면 2∼3달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거래 위축은 일시에 매물이 폭주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최근 과도하게 집값을 잡는 것을 목표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 경착륙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