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 부동산 당정협의를 갖고 △내년 9월부터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원가연동제) 적용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분양 등 이른바 '반값아파트' 내년 시범 실시 △후분양제 로드맵 1년 연기 등에 합의했다.

그동안 정부가 4년여간 추진해 오던 부동산 정책 틀을 뒤흔들 대책을 40여일 동안 숨가쁘게 발표한 셈이다.

당정 협의는 '분양가 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한 정책들이 도리어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만만치 않다.


'반값아파트' 실현되나

당정은 '반값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내년에 동시에 시범 공급키로 했다.

두 제도는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무주택 서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환매조건부 분양은 주공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싸게 공급하되,주택 소유자가 일정 기간 내에 팔 경우에는 과도한 양도차익을 막기 위해 국공채 이자율 등을 고려한 금액을 뺀 뒤 다시 해당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하는 제도다.

물론 환매의무기간이 지나면 일반주택처럼 사고팔 수 있다.

그러나 현재 5∼10년 동안 전매가 제한되는 공공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실제로 분양가를 큰 폭으로 낮추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또 한나라당이 제안한 토지임대부 분양은 토지소유권은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가진 채 건물만 일반에 분양하는 형태다.

입주자는 토지소유권이 없어 종전의 절반 수준인 싼 분양가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지만 토지임대료를 따로 부담해야 한다.

이 제도는 정부가 싼 토지를 확보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과 현행 국민임대 등 공공 임대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하튼 당정은 일단 내년에 이들 두 제도에 따른 분양을 시범 실시한 후 결과를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주 광교 양주 김포신도시 등이 시범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9년 만에 부활한 분양가 상한제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은 당정이 세 차례 협의 과정에서 난상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이다.

분양가 규제는 1998년 말 이후 9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당정은 민간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주변의 기존 아파트값을 상승시켜 부동산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에서 이 제도를 도입키로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건설업체는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에 따라 투입비용에다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결정했다.

현재 판교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경우는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용 등 7개 항목의 원가공개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일단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시행사와 건설업체들이 '고분양가'로 주택을 공급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실제 도입 과정에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여당 내에서도 '반시장적'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도 수도권 등 집값 불안 지역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업계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짓는 주택의 분양가를 제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며 "중소형 업체는 물론 대형사도 공사비를 맞추지 못해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고성수 교수는 "분양받은 사람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환수해야 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후분양제 1년 연기

당정은 또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후분양제 로드맵'을 1년 연기했다.

정부가 11·15 대책을 통해 수도권 신도시 공급시기를 3개월~1년 정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지만,내년부터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포(2008년 6월),광교(2008년 9월),양주(2008년 3월) 신도시의 공급이 당초 일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후분양제 도입이 1년 늦춰지게 되면 앞으로 아파트 분양은 공정률을 기준으로 2008년에는 공정률 40%,2010년 60%,2012년 80%가 진행된 이후에만 가능해진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후분양제 로드맵을 연기한 것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에 따른 공급위축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