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정부가 27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달 초에 다시 협의키로 함에 따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이날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으며,주택 공급 축소 등 건설업체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의 공개 요구에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당의 비현실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마냥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날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을 주장했던 '전·월세 5% 상한선' 제도는 오히려 전셋값을 올릴 가능성이 커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내달초 당정회의에서 재논의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일단 내달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고위 확대 당정협의에서 재논의하는 선에서 '봉합'된 상태지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 이미경 의원은 "대통령까지 나서 분양원가 공개를 밝힌 만큼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원가 공개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 정부 측에서는 민간아파트에 대한 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데다 △공개해도 원가 검증이 어려워 논란만 확대 재생산될 소지가 크며 △원가 공개 시 기업 이윤 축소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내년 9월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원가연동제)를 도입키로 한 데 따라 표준건축비(기본형 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키로 합의,건축비의 경우 사실상 원가를 공개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계 "이중 규제" 반발

업계에서는 민간택지에 지어지는 민간 아파트의 전 평형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키로 한 상황에서 분양원가까지 공개할 경우 '이중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원가연동제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마당에 이윤까지 공개될 경우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1·15 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공급 축소가 우려되는 정책을 들고 나온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원가 공개와 함께 주요 안건으로 논의된 '전·월세 5% 상한제'는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전·월세 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일부 의원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숙고하지도 않은 채 섣부른 아이디어를 남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