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와 분양가 인하를 골자로 한 '11·15부동산안정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 정도가 지나면서 급등세를 보여온 주택 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최근 2개월간 급등한 것에 대한 가격부담과 정부대책에 따른 심리적 영향으로 재건축단지들의 호가가 최근 2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여파와 가격급등에 따른 매수세 위축으로 호가 상승이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수도권 역시 정부의 공급 확대방침과 호가 급등 후유증,겨울철 부동산 비수기 등 계절적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달 들어 가격 오름세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장세에 대해 "확실한 안정세로 진입했다기보다 매도·매수세 간 관망세가 깊어지면서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8·31이나 3·30대책보다 11·15대책의 시장 파급효과가 크지않은 데다 정부의 대책발표 이후엔 보통 2∼3개월간 '반짝 조정장세'가 이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남권>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11·15대책 발표 이후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일주일 새 호가가 몇 천만원씩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재건축 매물시세가 상대적으로 싼 강동구의 재건축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 재건축은 대책이 발표된 주에 0.02%가 떨어졌고 지난주(11월20∼24일)엔 0.19% 하락해 낙폭이 커졌다.

고덕 주공단지 인근 고일공인 관계자는 "평형별로 호가가 2000만∼3000만원씩 빠졌고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 매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저층 단지 호가도 최근 두 달간 상승폭에는 비교도 안 되지만 평균 1000만원 정도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포동 라인공인 관계자는 "워낙 하락폭이 작아 내렸다는 표현이 민망하지만,매수세가 사라지면서 거래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 지역 중개업소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정확한 시세 산정도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남 전체의 본격적인 호가 하락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개포주공 중층 단지 32평형의 호가는 현재 14억원 선으로 변동이 없다.

대치동의 은마·선경·우성 등 재건축 단지 호가도 급등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은마 34평형 호가는 현재 14억~14억5000만원,31평형은 12억원 선에 형성됐다.

대치동 대성공인 관계자는 "매수·매도자 간 호가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거래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정부 대책 때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연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도세 회피용 2주택자 매물이 흔치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동 두꺼비공인 관계자는 "2주택자들의 상당수가 추석 전후로 대부분 정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연말에 나올 다주택자 매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북권>

강북권은 강남권과 달리 대책 발표에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강화 규제에 따른 심리적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으로 집값이 크게 요동쳤던 은평구 불광동에서는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불광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하루 최소 5∼6통 오던 매수 문의 전화가 요즘은 완전히 끊겼다"며 "담보대출 받기가 어렵게 된 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강북권 지역도 현재 호가는 크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로써 북한산 현대홈타운 등 은평구 일대 아파트도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갈수록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북한산현대홈타운의 경우 현재 호가가 26평형은 3억원,33평형은 5억원대에 각각 형성됐다.

성북구 하월곡동에서는 최근 소형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는 추세다.

9~10월 사이에 추격 매수로 주택 수를 늘린 다주택자들이 소형 평형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월곡동 중앙공인 관계자는 "비수기인 것도 한 요인이지만 최근 오른 가격상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추격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신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통여건이 양호해 신혼부부 등 젊은 부부들의 중소형 주택매매가 많았던 마포구도 이달 들어 오름세가 빠르게 진정되는 추세다.

하지만 가격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신공덕 부동산플러스 공인 관계자는 "아직 실수요자들의 매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은 이 같은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수도권 역시 서울지역과 마찬가지로 매도·매수자 간 관망세가 심화되고 호가 상승이 진정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수도권에 신규 공급을 확대하고 분양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이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기존 주택 매수세가 향후 공급될 택지지구 신규 분양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일산신도시 마두동 청구공인 관계자는 "정부 대책 때문에 9~10월에 오른 가격을 내려서 팔겠다는 매도자는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대출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상태여서 매도자들의 '호가 지키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산 청구아파트 26평형 호가는 3억7000만∼3억8000만원,33평형은 5억8000만원 선이다.

전체 단지가 688가구 규모지만 매물은 많지 않은 상황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분당지역에서도 정부대책에 대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수도권 신규 공급 확대는 향후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중·대형 평형의 거래는 거의 없지만,일부 매수자들의 경우 수도권 신규 분양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산본신도시 경기공인 관계자는 "정부 대책내용 자체보다는 현지 매수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을 가진 집주인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욱진·박종서·김유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