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정책 불신에 대한 수위가 거의 최고 수준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집값이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제 건설교통부의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청약자제 당부나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후분양제 전환 등을 오히려 "투자개시 신호(고양시 마두동 I공인 관계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7일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파주시 등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평균 4 대 1을 넘는 높은 청약경쟁률로 마감되자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 실효성에 대한 불신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파주 김포 등 수도권 북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는 어떤 대책이 나와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각종 개발호재로 집값 상승요인이 잠재돼 있기도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어설픈 조치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은평구의 경우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후분양제 발표에도 불구,집값 상승세는 별로 둔화되지 않고 있다.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금융비용이 늘어 오히려 분양가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해석되면서 매물이 줄고,가격도 강보합세를 띠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한라비발디 이후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평당 100만~200만원 정도 내린다고 했지만,이 일대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요즘 집주인들이 매물을 약속이나 한 듯이 거둬들여 매물구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파주 동문굿모닝힐 1차 34평형의 경우 한달새 2000만~3000만원이 올라 호가가 2억5000만~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또 연말에 1가구 2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때문에 매물을 내놓을 것이고,이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정부의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일산신도시 호수마을 청구공인 마상기 대표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잔금을 내고 등기하는 데까지 보통 40~6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집을 팔 사람은 11~12월에 내놓으면 늦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2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이 10~20개 정도 있었는데 이달 초 고분양가 논란과정에서 모두 팔렸다"면서 "양도세가 걱정돼 집을 팔려는 사람은 이제 거의 처분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택업계에서도 "수도권은 자체적으로 집값 상승요인이 많아 정부 뜻대로 집값 오름세가 꺾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