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상권답게 남문에는 두 개의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의류 잡화 위주의 영동시장과 먹거리 위주의 지동시장은 모두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재래시장으로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으며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17년에 설립된 영동시장은 한복과 침구류 등의 품목이 유명하다.

한때 수원뿐만 아니라 평택 오산까지 고객층을 갖고 있는 수도권 이남 최대 규모의 시장이었다.

이정관 영동시장㈜ 전무(46)는 "1990년대 대형 유통점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수원 상권이란 곧 영동시장을 지칭하는 말일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을 부모님 세대부터 영동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남문 토박이'라고 밝힌 그는 "경기 악화와 재래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등으로 예전에 비해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다른 재래시장들에 비해선 여건이 나은 편"이라며 "300여개 업소 중 100여개가 한복집일 정도로 특성화가 잘 되어있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간 장미주단을 운영하고 있는 박돌순 사장(62·여)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가 장사가 가장 잘 되던 시기였다"면서 "당시에는 물건을 못 파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현재는 한 달 기준으로 못 파는 날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영동시장하면 한복을 떠올릴 정도로 특성화돼 있다는 것은 좋지만 한복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5년쯤 뒤에는 장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지동시장은 수원 성곽을 배경으로 형성된 상설 시장으로 100여년 전 보부상들이 활동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221개 업소가 문을 열고 있으며 2002년부터 3년간 이뤄진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건어물 정육 수산물 채소 등이 구역별로 정리가 잘 돼 있다.

송병태 지동시장㈜ 부회장(57)은 "수원 용인 등지의 사람들이 즐겨찾던 최대 식품매장이 지동시장이었다"면서 "과거에는 야채 가게가 가장 많았지만 현재는 순대,곱창 등을 파는 식당들이 40여곳 들어서 있어 일종의 먹거리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순대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오성미씨(44·여)는 "10년 정도 이곳에서 일을 했는데 지난해 시장 리모델링이 끝난 뒤로는 장사가 잘되고 있다"면서 "40~50대 주부들이 주고객이고 손님은 하루 평균 250명 정도 온다"고 말했다.

지동시장은 지난해 4월 콜센터를 오픈했다.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무료배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www.jdmarket.co.kr)를 통해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송 부회장은 "콜센터와 인터넷 주문을 이용하는 고객이 아직까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