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안양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의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을 앞두고 시공사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 이후'로 못 박고 있는 개정 도정법 시행일인 25일 이전에 시공사를 미리 뽑아 '기득권'을 주장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와 해당 지자체는 "도정법 시행 이전이라도 조합 전 단계인 추진위에서 정한 시공사는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 같은 기득권은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추진위측은 도정법 시행 후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전체의 80%)를 받기 위한 사전 준비차원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잇따라 시공사를 정하기 위한 주민총회를 강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기득권을 인정받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추진위,주민총회 잇따라 열어

23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된 인천과 안양 등 수도권과 대전 대구 광주(전남)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상당수 추진위가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있다.

22일 대전 도마13구역을 시작으로 23일에는 대구 황금2·평리 구역과 광주 도산7구역의 추진위가 총회를 개최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개정 도정법 시행전 마지막 날인 24일에도 인천 주안3·숭의2·주의8 구역과 안양 소곡·화창·유원지·호원 구역,광주 북동구역 등의 총회가 예정돼 있다.

추진위들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 논란도 일고 있다.

상당수 추진위들이 총회 및 현장설명회 공고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양 A구역 관계자는 "총회를 열려면 통상적으로 2주일 전에 공고를 해야 하지만 1주일 정도로 단축시킨 곳이 많다"며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총회 안내문도 용역 직원이 직접 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승인도 받지 못한 추진위가 단독 입찰한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한 총회 개최를 강행하는 바람에 일부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시공사 선정 왜 서두르나

추진위들이 건교부의 무효 방침에도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현행법상으로는 25일 전까지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도정법 시행 후 정부나 지자체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려는 포석이다.

인천 B구역 관계자는 "조합설립 이후에 다시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더라도 승인받은 추진위에서 결정한 시공권이 승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시공사 선정 시기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시공사를 정해놓지 않으면 향후 재개발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건설사 재개발 수주 담당자는 "앞으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8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믿을 만한 시공사가 없으면 동의를 받아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대부분의 추진위들이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