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를 파는 상권'이다.

한류 덕분에 일본 등 나라 밖에서도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 지역 600여개 점포 중 80%가량이 한국 전통문화 상품을 판다.

서울 시내 화랑의 40%, 문구 필방의 80%, 골동품 가게 중 42%가 여기에 모여 있다.

이 곳 음식점의 80%가 한식이다.

평일 5만명, 주말에는 10만명이 온다.

외국인 관광객은 하루 평균 6000명이 찾는다.

홍대나 신촌처럼 '또래 문화' 상권이 아닌 신세대와 기성 세대, 외국인과 내국인이 허물 없이 어우러지는 퓨전 상권이다.

이 곳은 1980년대 화랑들이 구매력 높은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으로 이동하면서 한때 찬바람을 맞기도 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미술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중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인사동의 그림자도 전통만큼이나 길고 짙다.



한국이 자랑하는 이 독특한 상권이 기로에 놓였다는 우려들이 인사동 내부에서 새나오고 있다.

전통을 빙자한 얄팍한 상혼이 갈수록 상권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것.

"중국산을 안 파는 집이 없어요. 관광 상품의 40%가 중국산인 곳도 있어요. 인건비가 너무 비싸 국산 관광상품 생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해요. 또 월세가 너무 비싸 한국산만 고집해선 장사가 안 되고요."
[상권 大해부] (28) 인사동..暗 중국산 짝퉁 외국인 실망↔明 "우리 것 좋아요" N세대 북적


한 관광 명품관의 김모 실장은 한국산을 팔고 싶지만 실제 잘 팔리는 것은 매장 안에 있는 전통 한국 상품이 아닌 문 앞에 놓여진 1000~2000원짜리 싸구려 중국산 복주머니나 장신구 등이라고 설명했다.

"한번은 모 국회의원이 중국산인 줄 모르고 중국인에게 선물했다가 망신당한 적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남 뺨치는 임대료도 인사동을 타락시키는 주범의 하나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있는 70평형 A식당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임대료가 월 800만원이다.

웬만한 강남 음식점에 버금 가는 수준이다.

토박이 부동산 중개사 최돈길씨(73)는 "인사동이라는 이름값이 너무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대로변 15평형 기준으로 권리금 1억5000만원에 보증금 1억원,월세 500만원이 보통이다. 상반기 중 임대료가 작년보다 평균 20%나 올랐다. 이런 임대료를 내면서 장사를 유지하려니 싸구려 상혼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한다. 고급스런 간판을 내건 화랑들 중에도 그림 판매에만 의존해서 임대료를 못 내는 곳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들 화랑 앞에는 국적 불명의 저가 관광상품들이 즐비하다.

동성화랑의 장재창 대표(43)는 "거래되는 그림 가격이 500만원 이상을 중급으로 쳐주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명 살까 말까 한다"며 "인사동 그림 장사는 빛좋은 개살구 격"이라고 자조했다.

불법 노점상과 보행로를 잠식하는 가판대도 인사동의 골칫거리이다.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 주인은 "앞에 가판대가 있느냐에 따라 월 100만원 매출이 왔다갔다한다"며 "생계가 걸려 있다"고 일축했다.

중국 관광객 라오씨(50)는 "상하이 거리 상점에서 본 탈이나 복주머니가 여기서 팔리고 있다.

너무 똑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교환 유학생 이즈미 사토씨(21)는 "노점상에서 산 노리개가 알고 보니 중국산이었어요.

환불을 요구했지만 '안 된다'는 핀잔만 들었다"며 언짢아했다.

'ㅍ'공예상 관계자는 "4년 전 문화 지구로 지정되면서 건물주에게 종합소득세를 어느 정도 감면해 주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이 곳에서 실제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인사동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데 실익은 건물주가 챙긴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새롭고(New) 현재(Now)를 즐기는 신세대가 인사동에 모이는 것은 흥미롭다.

용산고교 신성식군(17)은 "월드컵 열풍 등으로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됐다"면서 주말에 친구들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전통 액세서리 전문점 '품'은 5평밖에 안 되는 가게가 N세대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정미지 실장은 "전통 문양이 들어간 휴대폰 줄이 잘 팔린다"며 "평일 매출은 15만원 수준이나 주말이 되면 학생들과 20대 초반 손님들로 매출이 10배나 뛴다"고 귀띔했다.

전통 음식점이 대부분인 이 곳에 강남에서나 볼 수 있는 퓨전 레스토랑과 와인점이 눈에 띈다.

30평 규모의 작은 이탈리아풍 파스타 식당 '뽀모도로'는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하기 힘들다.

최용호 담당 실장은 "주말 매출이 230만원 선으로 꾸준하다"고 말했다.

전통 문화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늘면서 신세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퓨전 음식점도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권리금 1억2000만원,보증금 5000만원 정도이다.

월세는 300만원으로 개점 당시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인사동의 힘은 20~30년간 꾸준하게 장사하고 있는 토박이 가게에서 나온다.

인사동길 좌우로 20여개 골목길 안에는 이런 터줏대감들이 즐비하다.

인사 5길에 위치한 '사동면옥'은 이북식 만두국과 도가니탕을 30년 동안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수미 사장은 "하루 세 번 만두소를 만들고 직접 먹어 봐요.

돈보다 한국 전통의 맛에 관심을 기울이니 매출도 덩달아 오르더군요"라며 평균 월 매출이 7000만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통 가마 일식집 '조금(鳥金)' 역시 28년간 장사하고 있다.

"사장님이 직접 일본에 가서 음식 재료를 사와요.

요즘에는 한국 맛도 약간 가미하고요.

" 정규연 실장(35)은 10년 전 들렀던 일본인 관광객이 다시 와 변함 없는 맛에 감탄한다고 했다.

월 평균 매출은 7000만원 안팎이다.

문화관광부 권영섭 사무관은 "전통기념 공모전 및 전통 문양 개발비,우수 공예점 인증제 등 인사동에 연간 20억원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민관이 서로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인사동 세계의 인사동'을 발행한 인사동 전통문화 보존회 회장인 장재창씨(43)는 "프랑스의 인사동이라 할 수 있는 몽마르트르와 올해 전통문화 교류 협정을 맺었다"며 "한·불 미술작가 교환 전시나 공예문화 교류전 등을 열어 유럽 전역에 우리의 전통과 멋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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