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부동산 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정부가 작심하고 내놓은 '8·31부동산종합대책' 여파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약발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8·31 대책은 부동산 과다 보유에 대한 세금 강화와 거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이른바 '부동산 불패신화'를 없애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 의지대로 될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향후 상당 기간은 현재 방식의 투자 행태가 통하지 않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사놓고 기다리면 시세 차익이 생기는 '묻어 두기'식 투자가 대세였는데 앞으로는 매달 일정액의 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부동산 시장의 상품별 투자 기상도는 크게 바뀔 전망이다.


수요자들도 당장 주택보유 여부에 따라 행동 전략을 달리해야 할 상황이다.


◆신규분양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


여유 자금을 가진 투자자들에 대한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분양시장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수요가 빠지면서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조짐이다.


특히 투기지역 내 담보대출 제한 등 금융대출 억제와 양도세·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신규주택 추가 구입이 차단돼 분양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를 비롯한 서민들은 한결 유리해졌다.


무주택 기간과 소득,가구 현황 등에 따라 청약 통장은 그 가치가 한결 높아진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등 금융 혜택도 강화된다.


판교와 서울 송파신도시,경기 김포·파주신도시 등 공공 택지에서 실수요자들에게 공급되는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재건축 '지고', 재개발·상가 '뜨고'


집값 급등을 주도했던 재건축 시장은 이번 대책으로 완전히 고개를 숙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강북 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은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활기를 띠게 됐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8·31 대책을 전후로 지난 한 달간 1억~2억원 떨어졌다.


하지만 강북권 재개발은 정부가 개별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합해 최소 15만평 이상을 광역 지구로 지정하고 교통 문화 교육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강남권 이상으로 개발키로 함에 따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가 시장은 지난 4월 실시된 후분양 제도로 인해 투자 위험성이 상당부분 제거된 데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돼 대체 상품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택지개발지구 내 근린 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은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테마상가 등도 후분양제 도입으로 당분간 신규 공급이 뜸해지면서 기존의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연말부터는 주목을 끌 전망이다.


◆토지시장 개점휴업 상태


토지 시장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양도세 실거래가 신고와 전매 규제로 인해 토지의 환금성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토지 구입시 사용 및 보유 기간도 2∼6년으로 대폭 늘었고 오는 2007년부터는 개인 소유 나대지의 경우 양도세율을 60%로 적용할 방침이어서 팔기도 쉽지 않다.


이로써 토지 시장은 '출입금지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법 위반시 과태료도 취득 가액의 10%까지로 상향 조정돼 투자자들의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진명기 JMK 사장은 "8월 대책의 타격이 가장 큰 곳이 토지 시장"이라며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은 물론 기존 투자자들의 퇴로도 막힌 형국이어서 지금은 거래 자체가 사라진 '개점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도시,기업도시,공공기관 이전지,도로 개통 예정지,토지거래허가 제외지역 등은 실수요자나 장기 투자자들이 많아 어느 정도 보합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주상복합 양극화·오피스텔 위축


주상복합은 평형별 입지별로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입지가 좋은 중·대형의 경우 주상복합이 여전히 인기를 끌겠지만 비인기지역 소형은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크게 빠질 전망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다주택자들이 비인기지역 소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먼저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앞으로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는 줄어들고 실거주 목적의 중·대형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도 고전이 예상돼 신중한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


우선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 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 데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1가구 2주택에 포함돼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매시장 상품 따라 희비 갈려


우선 낙찰가와 경쟁률이 줄어 진입 장벽이 낮아질 전망이다.


또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임대수익형 부동산인 근린 상가,공장,오피스텔 등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도 낙찰받을 경우 토지거래허가 제한이나 전매제한 적용이 안돼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지역에서 거주 요건을 갖춘 매수자 찾기가 어려워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에서도 부동산 상품별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1가구2주택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소형 아파트,수익형 부동산,개발호재 지역의 토지 등은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