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서울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권 공급 물량이 급감해 자칫하다간 집값 불안이 재연될 우려를 낳고 있다. 16일 한국경제신문사와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이 공동으로 서울지역에서 올해 하반기 공급 예정인 아파트 물량(주상복합 및 조합아파트 포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51개 단지에서 2만38가구(일반분양 7426가구)가 공급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상반기 공급물량인 68개 단지,4만948가구(일반분양 1만423가구)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강남구와 송파구 등 강남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공급 확대보다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강남권 공급 크게 줄어 올 하반기엔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공급물량 감소세가 두드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의 경우 상반기 중 6개 단지에서 2439가구(일반분양 425가구)가 공급되지만 하반기엔 공급물량이 단 107가구(일반분양 25가구)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송파구는 올 상반기 잠실주공 2단지 등 재건축아파트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6개 단지에서 1만9290가구가 공급되지만 하반기에는 공급이 확정된 곳이 아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도 상반기 303가구(일반분양 222가구)에서 하반기 324가구(일반분양 41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빅3' 지역의 하반기 공급물량은 총 431가구로 상반기(2만2032가구)의 단 1.9% 가량에 불과하다. ◆재건축 지고 재개발 뜬다 재건축아파트의 공급 급감과 재개발아파트의 공급 급증도 눈에 띈다. 상반기 중 재건축아파트는 31개 단지에서 3만1094가구(일반분양 4848가구)가 공급되지만 하반기에는 13개 단지,8364가구(일반분양 2279가구)로 73%나 줄어든다. 반면 재개발아파트는 상반기 6개 단지,3412가구(일반분양 1242가구)에서 하반기 15개 단지,5581가구(일반분양 2258가구)로 두 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재건축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감한 것은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건립해야 하는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공급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반면 재개발아파트는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승인 이후에서 조합추진위 단계로 앞당겨지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 감소는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서울지역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이미 동이 난데다 △재건축 역시 정부의 강경 규제로 크게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나 하남시 풍산지구 등의 분양이 하반기에 예정돼 있긴 하지만 입주시기가 2~3년 뒤여서 당장 서울지역 수요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분당이나 용인 일부 지역의 집값이 최근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서울지역의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면 세금 증가분이 집값에 전가돼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재개발 등 주거환경 개선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