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를 확대하고 기반시설 부담금 등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국가가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창조적 소득은 인정하되 투기적 소득은 정부가 일절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부동산 투기로는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라"고 주문, '투기 근절'을 제도적으로 강력 추진할 방침임을 거듭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투기소득 환수'가 지나칠 경우 재건축을 통한 주택의 원활할 공급은 물론 실수요자들의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노력은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투기소득 환수로 수요 억제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이 처리돼 내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면 당장 1가구 2주택자가 거주하지 않고 있는 집을 팔 때 양도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울 강남구 등 전국 32개 주택투기지역과 시가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등에 대해서만 실거래가로 과세해 왔다. 이와 함께 내년 중 입법을 거쳐 실거래가 과세 대상을 전국의 모든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돼 비싼 집이나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양도세마저 크게 올라가면 '주택 소유'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부동산에 관한 한 '차익 기대심리'를 아예 없애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시장 불안을 촉발시킨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업과 각종 도시계획사업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 건설비로 거둬들이기로 한 '기반시설 부담금'도 마찬가지다. 개발에 따른 기대 이익을 최소화함으로써 올 들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불안과 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예정지 주변의 땅값 불안을 원천적으로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집값 잡으려다 주택경기 죽일 수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보유세 강화,재건축 아파트 분양가 억제,투기혐의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 등 전방위 공세를 퍼붓고 있는 정부가 이번엔 '투기소득 환수'라는 또 하나의 강경 조치를 내놓아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시장에 분명히 확인시켜줬다. 뒤집어 보면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과 땅값에 대한 정부의 불안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번 투기소득 환수책도 집값과 땅값 불안을 원천적으로 잠재울 수 있는 근원적 처방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3년 '10·29대책' 이후 쏟아져 나왔던 다른 대책들과 비슷한 '인위적 수요억제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것은 '실질 과세'원칙에 맞는 바른 방향"이라면서도 "그러나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양도세가 세제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이용된다면 세제정책의 신뢰를 상실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투기소득 환수'를 명분으로 한 양도세나 개발이익 환수 강화 등은 일시적으로 수요를 억눌러 집값을 잡을 수는 있지만 나중에 짓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 더 큰 부동산 값 폭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