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면에서 1만평의 농지를 소작하고 있는 정거섭씨(30)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갑자기 토지를 돌려달라는 땅주인의 요구 때문이다. 정씨는 "농사를 짓지도 않는 사람들이 나무를 심겠다며 땅을 다시 내놓으라고 성화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정씨는 최근 얼굴도 모르는 땅 주인에게서 "치자나무를 심으려 하니 땅을 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남군 일대 땅을 소유한 외지인들이 토지수용과 함께 농업손실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보상금을 자신이 받기 위해 미리 땅을 돌려받아 나무를 심어두려는 속셈이라고 정씨는 설명했다. 실제로 산이면 곳곳에는 무화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등 유실수를 중심으로 나무를 심는 땅이 늘어나고 있다. 1년생 작물보다는 다년생인 유실수의 보상금이 크기 때문이다. 산이면 출신의 임길수 해남군 의원은 "쓸모없는 땅에 농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기도 하는 모양"이라면서도 "손에 흙 한번 묻혀본 적 없는 도시 거주 땅주인들이 갑자기 농민들을 쫓아내고 나무를 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산이면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김성길씨(46)는 "목포에 사는 먼 친척이 올해까지만 농사를 짓고 땅을 내 놓으라고 해서 '못 내놓는다'고 큰 소리는 쳤지만 솔직히 불안하다"고 착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해남=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