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분양시장이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살아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각 건설사들이 분양한 단지의 모델하우스가 모처럼 방문객들로 북적거리고 유망 단지들은 청약 성적도 상당히 좋아 작년에 비해 전반적인 분위기는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초 분양시장의 `블랙홀'로 여겨졌던 판교신도시의 영향력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세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2-3년전과 같이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는 어렵고 브랜드 인지도가 뛰어나고 입지 조건이 좋은 단지로만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아졌다는데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실수요자들이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도 "올 초 강남 재건축과 분당 집값이 크게 상승하면서내집마련을 서두르는 이들이 많아졌다"면서 "동탄과 인천 등에서 대단지들이 비교적성공적으로 분양돼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의 영향력이 우려했던 것만큼은 아니라는 점도 분양시장에는 호재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주요 단지의 분양성적을 보면 판교때문에 수도권 분양시장이 올스톱될 것이라는 걱정은 상당히 해소됐다"면서 "실수요자들이 판교에만몰입되지 않고 상품성을 갖춘 단지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전국적인 청약과열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의 이유로 투기수요가 아파트시장에 끼어들 여지가 줄어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데다 수도권 실수요자의 상당수가 여전히판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시장도 실수요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낮은 당첨가능성 때문에 판교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판교를 기다리고 있어 수요에 한계가 있다"면서 "과열 양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분양시장 `양극화' 심화 = 이처럼 한정된 실수요자들의 선택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이달 들어 분양에 들어간 주요 단지들의 청약 성적은 입지 여건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7일 청약 접수를 마감한 동탄신도시 3차 동시분양이 대표적이다. 참여업체중 유일한 대형업체인 두산산업개발이 공급한 두산위브는 6개 평형중 5개가 1순위에서 마감됐고 2순위로 넘어간 30평형도 수도권 경쟁률이 48대 1에 이를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두산산업개발 고갑수 분양소장은 "청약자들이 판교열풍 분위기에 휩쓸리기 보다는 유망단지에는 기꺼이 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해종건이 분양한 서해그랑블은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입지가 3차보다는다소 좋다는 평가를 받는 2차에 속해있어 4개 평형중 3개 평형이 1순위에, 나머지 1개 평형도 2순위에서 순조롭게 마감했다. 반면 광명샤인빌과 풍성신미주 등 인지도가 낮은 단지들은 3순위에서도 미분양이 일부 발생했고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임대주택 단지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빚었다. 이달 초 진행된 인천 1차 동시분양도 마찬가지다. 논현택지지구에서 분양된 한화꿈에그린과 인천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풍림산업이 내놓은 용현.학익지구 풍림아이원은 미분양이 거의 없이 성공적으로 분양됐지만 갈산동 대성유니드 등 인지도가 낮은 아파트는 청약 성적이 극히 저조했다. 지방에서도 안산시 고잔지구 `대우푸르지오', 광주시 풍암동 `SK뷰',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 멤버스' 등 대형건설사들이 공급한 단지는 지역에 상관없이 3순위에서모두 청약이 마감된 반면 소형 건설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주요 택지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등 유망단지에만 한정해 시장이 국지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