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해온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방안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지난해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뛸 때 정부가 내비친 '보유과세 강화' 의지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조세 형평성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보유세 과세표준과 세율 결정권은 정부로 이양키로 했다. 또 5만~10만명에 달하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과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과세 방안이나 방법 등은 2~3개 안을 공청회 등에 함께 올려 놓고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와 달리 가뜩이나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 당초 예상보다는 완화됐다 정부는 당초 주택과 토지를 개인별로 합산 과세해 부동산 과다보유자에게 세금을 중과하고, 투기 혐의가 짙은 비거주 주택에는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강력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이같은 방안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주택과 토지를 합쳐 과세할 경우 세부담이 크게 늘고 주택과 토지를 한꺼번에 통합 과세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부터 부동산 과다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는 토지분과 건물분으로 나눠 부과·징수된다. 비거주 주택에 무조건 7%의 최고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거주 주택 보유자는 대부분 임대사업자들인데 너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검토하기 힘들다"고 한 발 물러섰다. ◆ 대상자 10만명 안팎 재경부는 지난해 말 현재 1천5백81만명에 이르는 보유세 납부자중 납세액 10만원 미만인 80∼90%는 전혀 세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과 대상은 10만명 안팎의 부동산 과다보유자다. 과다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 일정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했거나 2개 이상 지자체(시ㆍ군ㆍ구)에 토지나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다.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토지분 종합부동산세는 1백만원 이상 납세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1백만원의 세금을 내려면 토지 시가로는 7억원 이상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종토세를 1백만원 넘게 낸 납세자는 개인이 9만8천명, 법인이 3만4천명으로 총 13만2천명이다. 정부가 말하는 10만명 안팎과 얼추 맞아 떨어진다. ◆ 세금 얼마나 더 내나 세금을 얼마나 더 낼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재경부 주변에서는 많게는 10배에서 작으면 2,3배 정도까지 다양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종합부동산세가 현재 2조6천억원인 전체 부동산 보유세수를 5조원 이상 수준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는 세금이 너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제반 법령을 손질할 방침이다. 예컨대 2006년부터 종토세 과표를 개별 공시지가의 50% 수준(현재는 39.1%)으로 높이는 것에 맞춰 과표구간과 세율체계를 전반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종토세는 현재 0.2∼5.0%(9단계), 재산세는 0.3∼7%(6단계)의 가파른 누진체계여서 과세 표준을 조금만 올리더라도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과표구간과 세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납세자들의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에 법 제ㆍ개정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