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크게 술렁였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충청권 토지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또 오창지구 등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주변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과 그동안 충청권에서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유탄을 맞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정국이 불안하면 돈이 안전자산인 부동산으로 더 몰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충청권 토지시장 긴장하는 분위기 역력 충북 청원군과 충남 연기군,공주시,천안시 등 그동안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던 지역의 일선 중개업소들은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기군 B공인 관계자는 "충청권 투자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초반에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굳힐 것으로 믿고 있었다"며 "이번 탄핵으로 행정수도 이전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천안시 J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월 토지투기지역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청권 땅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가격이 꺾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수도 후보 지역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땅값이 두배 이상 오른 상황이어서 탄핵이 확정되면 땅값이 폭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우려했다. 일부지역 중개업소들은 애써 다른 재료를 들어 위안을 삼았다. 아산신도시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천안 아산 지역은 행정수도 이전 재료보다는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아산신도시 건설 등의 재료 때문에 땅값이 올랐다"며 "적어도 천안·아산 지역은 별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파트 분양예정 업체 좌불안석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주변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엔 비상이 걸렸다. 아산시 실옥동에서 5백90구를 분양 중인 대우건설은 공교롭게도 모델하우스 개장 당일 탄핵안이 통과돼 혹시나 분양에 악영향을 미칠까 신경쓰는 분위기였다. 대우건설의 유수현 모델하우스 소장은 "두달 전 부터 사전 마케팅을 한 데다 공급이 한동안 없었던 지역이어서 오전에만 1천명 이상의 내방객이 다녀가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면서도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게 봤다. 특히 당장 오는 18일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주변 오창지구에서 동시분양을 준비 중인 5개 업체(5천5백57가구)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또 천안 불당지구와 대전 노은지구 등의 분양권 보유자들과 기존 아파트 집주인들도 탄핵정국의 여파로 가격이 떨어질까 불안해 했다. ◆부동산 수요 늘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충청권 토지시장은 단기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내다봤다. 알파오S의 곽창석 상무는 "부동산은 한마디로 심리"라며 "충청권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권 및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충청권 아파트 및 분양권은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일단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부자들은 정국이 불안할수록 현금보다는 부동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탄핵 정국으로 부동산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충청권 땅값이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고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할 경우엔 행정수도 이전 재료가 오히려 힘을 받게 된다"며 "일부 장기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