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우려했던 '3월 대란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 성수기인 3월에 접어들면서 원자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철근, H형강 등 철강재와 모래는 재고 바닥으로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형편이어서 일선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 철근, 가격폭등에 수급난 =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나타난 철근수급난이 이달들어 더욱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철근 가격은 폭등 양상을 보이고있는데다 이마저 못구해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도 속출하고 있다. 철근 가격(10㎜ 기준)은 지난해까지 t당 40만7천원이었으나 올들어 세차례나 가격이 인상되면서 t당 53만원까지 뛰어올라 두달새 무려 33%나 가격이 상승했으며 H형강 등 다른 건설용 철강재 가격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마저도 철강업체에서 직구매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에나 해당되는 얘기며 중소건설업체들은 15만~20만원의 웃돈을 주고 대리점에서 구입해야 해 철근 가격이 무려t당 70만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철강업체들이 공정위 과징금 문제와 시중가격보다 낮은 구매가격 등을이유로 조달청 구매입찰에 4개월째 참여하지 않고 있어 공공공사의 경우 철근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 도로, 교량 공사 심지어는 지난해 태풍 '매미'로 수해를 입은강원.경남지역의 수해 복구공사나 오는 10월 전국체전을 치르는 청주의 경기장 보수공사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건설 구매팀의 심명섭 차장은 "대형 건설업체는 아직 괜찮지만 중소 건설업체들은 공사 중단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며 "대형 건설업체도 이같은 수급난이 계속되면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철근이어 '모래대란' 우려 =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철근 못지않게 중요한 모래마저도 심각한 수급난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수도권 모래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시 옹진군이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지난달 만료된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더이상 연장해 주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모래 채취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남항 일대에는 웃돈을 주고라도 모래를확보하려는 레미콘업체들의 덤프트럭이 몰려들고 있지만 웃돈을 얹어줘도 모래를 구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미 인천지역 17개 채취업체 가운데 6개 업체의 바닷모래 야적장이 바닥을 드러낸데 이어 나머지 11개 업체도 2∼3일 정도면 재고가 모두 없어질 정도로 모래 수급난은 심각해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레미콘업체들의 모래 재고가 보름 정도에 지나지 않아 이런 상황이 2주만 더 지속되면 수도권 건설현장들의 공사가 일제히 중단되는 '모래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자 건설업계에서는 지금껏 사태를 수수방관해 온 정부에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견건설업체의 한 구매담당자는 "바닷모래 채취 허가 문제나 조달청 철근 구매중단 등은 수개월째 이어져온 문제인데 정부가 지금껏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사자재직협의회의 최현석 회장은 "철근이나 모래 수급난이 계속되면 중소건설업체들은 연쇄 부도사태까지도 우려된다"며 "정부에서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