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관련산업에 미치는 연계효과가 막대한 데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모든 업종 가운데 으뜸이다. 그래서 건설산업은 '고용없는 성장시대'를 맞아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장기불황과 그에 따른 고(高)실업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건설산업이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국가경제 성장동력 산업으로 건설산업 만한게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건설산업의 가치를 간파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난 90년대부터 건설산업을 첨단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치밀한 장단기계획을 세워 접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업계가 뜻을 합쳐 국내 건설산업의 재육성에 진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왜 다시 건설산업인가 건설산업은 주택 및 산업시설 확충, 사회간접자본시설 구축, 국토개발 등을 책임지는 기간산업이다. 이같은 역할 비중은 국가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높아진다. 다른 산업과 전ㆍ후방으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도로 교량 건축물 건설과정만 봐도 철근 시멘트 유리 목재 등 수천가지에 달하는 자재산업의 수요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ㆍ보험업, 건물관리 등 용역업, 부동산개발업 등 관련 서비스시장의 확대에도 기여한다. 건설산업은 특히 고용창출 효과가 탁월하다. 지난 97년에는 2백여만명이 건설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전체 취업자의 9.5%가 건설산업 종사자였던 셈이다. 작년에도 1백87여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국내 건설산업은 또 지금까지 고속도로 2천5백40㎞, 공항 17개소, 댐 1천2백15개소 등의 기간시설을 생산하면서 막대한 투자효과를 창출해 냈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15%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컨설팅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한국건설시장은 2002년 8백95억달러에 이어 작년에는 9백51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세계 11위에 올랐다. 향후 5년간 평균 6.3%의 성장률을 보여 오는 2005년에는 스페인을 따돌리고 세계 10대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수출에서도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65년 처음으로 태국에서 도로공사를 시작한 이후 2002년까지 3백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 고품질ㆍ저비용 체계로 국제경쟁력 갖춰야 건설산업이 다시 한번 성장동력으로 가동하려면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진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 건설산업은 지난해 부동산경기 호황으로 반짝 호황기를 누렸지만 여전히 구조적 불안정성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건설 수주물량은 1백2조4천4백억원어치를 기록, 97년의 79조원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작년 건설수주액에서 공공공사는 32조2천억원, 민간공사는 70조3천억원으로 공공공사가 민간공사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부동산시장 과열로 인한 '거품성' 성장이었던 것이다. 주택시장 중심의 성장은 건설업체들이 기술개발을 도외시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이 선진국형 고부가치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 분야와의 기술융합형 상품개발, 신기술 개발을 통한 고품질ㆍ저비용 체계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주문하다. 영국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나서 이 같은 과제를 업계와 함께 풀어나간다는 지적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