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맞춰 수도권 강화로 전략 바꿔야"
우리나라의 수도권 입지규제는 인구 및 산업분산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행정수도 이전에 맞춰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경제활력 회복과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입지규제를 폐지했거나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점에 비춰 수도권 입지 규제보다는 수도권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으로지적됐다.
◆ 부작용만 낳는 수도권 입지규제 =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주요국의 수도권입지규제 현황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에서 이미 폐지된 관련규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수도권 입지규제도 원래 목적인 인구 및 산업 분산효과는 거두지 못한채 제조업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그 근거로 수도권의 제조업체 집중도가 90년 57.1%에서 2000년에 56.7%로 낮아지고 종업원 비율도 47.0%에서 46.3%로 줄어들었지만 인구집중도는 42.8%에서 46.3%로 높아진 점을 들면서 제조업 입지가 인구집중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고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공장이나 산업기능의 지방분산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다면서 "공장총량제로 공장을 짓지 못할 경우 대부분 물량배정때까지 기다리거나아예 지방 대신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많아 제조업공동화와 일자리 부족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한 440개 기업중 69%인 304개업체가 충청.강원권의 수도권 인접지역에 집중된데서 나타나듯이 분산효과 보다는수도권의 외연 확대만 초래하고, 외국기업에도 입지규제가 그대로 적용돼 투자의향이 있는 외국자본마저 내쫓는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지적됐다.
◆ 선진국 사례 =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수도권 입지규제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 규제를 폐지했거나 폐지를 준비 중이다.
영국의 경우 대처 정권이 외환위기 탈출과 런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도권의공장 신.증설을 규제하는 공장건축허가제를 지난 1981년에 완전 폐지했으며, 프랑스도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대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수도 파리의 경쟁력 강화를위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해 놓고 있다.
장기불황을 겪어온 일본에서도 규제완화와 개혁만이 살길이라는 인식하에 40여년간 시행돼 온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를 폐지하는 법률을 입법중이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선진국들이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입지규제가 경쟁력만 약화시킬 뿐 인구분산이나 지역격차 해소, 낙후지역 발전 등 원래목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제조업 분산정책이 목표지역에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도권 억제정책을 포기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최근의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첨단업종의 신.증설을 전면 허용하고 수도권 기업에 대한 각종 불이익을줄여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행정수도 이전이 인구 및산업분산 효과가 크므로 이제는 수도권에 대해 경제논리를 무시한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지방의 경제여건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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