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건설업계와 시민단체의 전면적인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이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분양원가 공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반면 건설업계도 관련단체들이 반박기자회견을 갖는 등 '절대 불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의 반발처럼 분양원가 공개가 주택공급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올 반시장적 정책인지, 아니면 시민단체 주장대로 분양가 폭리를 없애기 위한 시장정화 정책인지 양측의 주장을 쟁점별로 살펴본다. ◆ '시장자율 침해' vs '시장질서 확립' = 건설업계가 분양원가 공개 반대의 근거로 우선 꼽는 것은 "분양원가 공개가 기업 고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가격결정은 기업 고유의 권한이며 분양원가 공개는 결국 시대 역행적인 분양가규제로 이어져 아파트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의 구조 자체가민간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선분양제'와 '공공택지 분양'을 들고 있다. 선분양제로 사업실패 위험을 실수요자들에게 최대한 떠넘기고 국가가 조성하는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저렴하게 분양하는 '특혜'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원리' 운운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 '분양가 적정하다' vs '폭리 취한다' =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특혜로 건설업체들이 터무니없는 분양가 책정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의 상암지구 분양원가 공개에서 분양수익이 분양가의 40%에달하는 것이 드러난 것처럼 민간 건설업체들이 토지비나 인건비, 자재비 상승률을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높여왔다는 주장이다.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지난 몇년간 아파드 분양가가 급상승해 매매가격이 올라가고 이것이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며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건설업체들은 이에 대해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원가구조 차이를 완전히무시한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은 "공공개발을 통해 택지를 확보하는 공기업과 평당 수천만원을 주고 땅을 사들이는 민간기업을 단순 비교할 수 있느냐"며 여론몰이식 비판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분양시장이 호황일때는 분양가의 거품이 있을 수 있지만 분양시장 침체기에는 미분양으로 부도위기까지 몰리는 것이 건설업의 속성"이라며 그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공개 실효성 없다' vs '비교기준 있다' = 민간 건설업체들은 분양원가 공개가 추진되더라도 과연 분양원가가 정직하게 공개되겠냐며 그 가장 적나라한 사례로바로 분양원가 공개 논란을 일으킨 도개공을 예로 들고 있다. 도개공이 상암7지구 40평형 아파트의 건축비를 평당 340만원으로 발표한 자체가분양원가 허위 공개의 좋은 사례가 된다는 지적이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분양담당자는 "최고급 마감재로 도배를 하더라도 건축비가평당 300만원을 넘기 힘들다"며 "사실 도개공의 분양수익은 40% 이상이겠지만 비난여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건축비를 높여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측은 앞으로 각 지자체 도시개발공사, 특히 주택공사가 분양원가 공개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경우 비교기준이 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실련의 박정식 공공.예산감시팀장은 "민간 도급사업은 예외로 치고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사업부터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며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 주공의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자연스레 민간업체 분양가의 적정성을 따질 수 있는 비교기준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 '주택공급 줄어든다' vs '줄어들지 않는다' = 민간 건설업체들은 분양원가공개의 가장 큰 폐해로 아파트 공급물량 자체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꼽고있다. 풍동주공그린빌 사례처럼 아파트 계약자가 분양가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집단행동을 벌이는 사태가 잇따를 경우 과연 적극적으로 아파트 분양사업에 나서는 건설업체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적정한 분양가 책정으로 적정 수익을 챙기는 건설업체라면 왜 아파트 분양을 꺼리겠느냐며 이 기회에 공공재인 아파트의 분양구조 자체를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공이나 도개공이 모든 시행과정을 책임지고 민간 건설업체들은 단지 시공사역할만을 맡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아파트 분양구조를 바꿔 주택사업의 공공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