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상가 디자이너 출신으로 성공한 P씨. 그녀는 2년전 평소 알고 지내던 중개업소 사장으로부터 경기도 화성 소재 땅 5백30평을 소개받았다. 사장은 지목이 묘지인 땅이지만 주변 땅보다 싼맛에 사두라고 했다. P씨는 개발압력이 용인 수원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화성으로 내려올 것이란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던 터여서 현장을 가보기로 했다. 물론 지목이 묘지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현장을 보고난 뒤 결정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묘지는 하나도 없었다. 인근 주민들에게 탐문해보니 최근 모두 이장해갔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목이 묘지인 것은 땅주인이 잘 몰라서 지목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목을 농지로 변경해 조금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생각이 든 P씨는 그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P씨는 매입가격의 두배인 6억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고 있다. 탤런트 B씨는 평소 바닷가에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사는게 소망이어었다. 그러던 중 한 중개업소 사장의 소개로 서해안 바닷가에 전원주택 부지 1천평을 평당 20만원에 매입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장이어서 현장은 가보지 않았다. 그러나 잔금을 치른 뒤 현장을 가본 B씨는 그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밀물이 몰려들자 자신의 땅이 완전히 바다속으로 잠기는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현지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자신이 산 땅은 밀물일때는 잠기고 썰물일 때는 드러나는 간석지로 아무런 활용가치가 없다고 했다. 현장을 가보는 것과 가보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차이 만큼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준다. 발품을 많이 팔면 뜻밖의 좋은 결과를 얻을 기회도 있지만 현장 조차 한번 가보지 않으면 사기 당하게 십상이다. 그럼에도 땅을 사면서 현장을 가보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전화로만 영업하는 기획부동산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가보지도 않고 땅을 사는 사람이 많아서다. 고수들은 땅 하나를 사기 위해 현장을 수십번씩 방문한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 도움말 진명기 JMK플래닝 대표 (02)2040-6781 >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