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업체인 A사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기도 P시에서 땅 1만평을 매입했다. 땅값이 주변의 절반 수준인 평당 10만원에 불과해 서둘러 계약을 체결했다. 매입 당시에는 돈이 급히 필요한 땅주인이 급매물로 내놓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자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곳에는 마을사람들이 대대로 공동경작하는 도라지밭과 약수터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부랴부랴 변호사에게 자문해본 결과 마을 사람들의 보상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성황당 우물 도라지밭 약수터 등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경작하는 땅에는 '특수지역권'이 존재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땅을 개발하려면 비록 자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A사는 할 수 없이 주민들과 보상 협상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요구금액은 생각보다 컸.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아파트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고급 퓨전 음식점 창업을 구상 중이던 K씨는 서울 강동구에서 6백여평짜리 땅을 평당 8백만원에 매입했다. 이전 소유주가 12층짜리 임대용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 4층까지 터파기 공사를 해둔 땅이었다. K씨는 건물의 컨셉트가 달라 새롭게 터파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터파기 공사에 나서자 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이전에 터파기를 한 시공업체가 전 주인으로부터 공사비용을 받지 못했다면서 유치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유치권은 미지급 공사비에 대해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여서 K씨는 공사비용(약 10억원)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K씨는 50억원짜리 땅을 60억원에 매입한 꼴이 됐다. 땅을 살 때 등기상 나타나지 않는 권리를 확인하지 않으면 이처럼 낭패를 본다. 등기상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로는 특수지역권과 유치권 등이 있다. 매입하려는 땅에 터파기 공사가 돼 있거나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있으면 반드시 등기상 나타나지 않는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 진명기 JMK플래닝 대표 (02)2040-6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