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도 유망 투자 종목으로 토지를 꼽았다. 반면 지난 2년여 동안 인기를 누려온 아파트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틈새상품인 근린상가와 펜션 등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실수요자들은 입주가 임박한 대단지 아파트나 청약통장을 이용한 내집마련에 적극적 나설 필요가 있으며 투자자들은 안정성을 감안해 '눈에 보이는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의 토지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RE멤머스 고종완 소장은 "아파트 가격 상승랠리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너무 강경해 내년 상반기께 5% 안팎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시중 부동자금의 토지시장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시장은 쾌청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경부고속전철 축의 도시와 수도권 외곽지역의 토지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경부고속철도 개통,추가 신도시 지정,총선에서 쏟아질 각종 개발재료 등이 세금과 정부규제 등의 악재를 누르고 부동 자금을 대거 끌어들일 것으로 진단했다. 신한은행 PB팀의 고준석 팀장은 "아파트에 집중된 정부의 대책을 피해 시중자금이 토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게다가 절세 수단으로 상속·증여를 택한 일부 큰손들이 돈을 땅에 묻어두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팀장은 "이에 따라 평택과 아산 등 경부고속철도가 지나는 도시와 파주 강화 등 수도권 외곽지역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RE멤버스 고 소장도 "아파트에는 30∼40%의 거품이 끼어있는 반면 토지는 91년 고점과 비교해볼 때 아직도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도심의 주거용 토지 뿐만 아니라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 주변지역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컨설팅의 강경래 사장은 "토지시장은 2월까지 침체속에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3월 이후부터 주택시장 자금이 본격적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라면 이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재료가 있는 시장을 공략해볼만하다"고 충고했다. ◆아파트는 흐림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아파트 상승장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 부족 현상이 해소된 게 아니고 부동자금이 갈 만한 마땅한 투자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이 워낙 강력해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가격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등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내년 아파트 시장은 대체적으로 하향 안정 장세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세제 강화 등의 각종 규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게다가 내년 서울 입주물량이 약 5만가구로 풍부한 편이라 가격 안정화에 일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투자성 실수요자들은 입주가 임박한 아파트를 골라서 구입하는 전략을,잠재 구매자는 모기지론과 무주택 우선비율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익형 부동산은 차별화될 듯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는 5층 이하의 근린상가가 주목을 받는 데 반해 오피스텔은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은행 고 팀장은 "부동자금을 흡수할 만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근린상가쪽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지난 10·29조치 이후 근린상가 상담 건수가 10% 증가할 정도로 자금이동이 나타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 5일제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수도권 인근의 펜션시장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반면 오피스텔은 공급과잉과 경기침체에 따른 임대률 하락으로 여전히 '별 재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내년 부동산시장에서는 아파트 경매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아파트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 금리인상 움직임까지 겹쳐 하반기 이후 경매물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소장은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경매시장이 토지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활기를 띨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은 하반기 이후 경매시장을 통해 내집마련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