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자율조정을 결의했지만 고가 분양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눈가리고 아옹'식의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와 닥터아파트 등에 따르면 서울 11차 동시분양과 인천 6차 동시분양 등 최근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나 분양권 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는 고가 분양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고가 분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자 한국주택협회 등이 긴급회의를 갖고 신규 분양아파트의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높지 않도록 결의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서울 11차 동시분양에 나온 동작동 이수교1차 금강KCC의 경우 32평형의 분양가가 4억1천148만원으로 지난달 입주한 새아파트인 금강KCC아파트 가격보다 무려 1억원 가까이 더 비싸다. 자율조정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43평형 분양가는 6억원이 넘어 4억원대 초반인 인근 아파트보다 무려 2억원 가까이 비싼 실정이다. 동작동 동방공인 관계자는 "지하철역에서도 멀고 단지규모도 작은 아파트의 분양가치고는 상당히 비싸다"며 "최근의 침체된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로동 한일유앤아이 32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3억원에 가깝지만 지하철역에서 더 가깝고 대단지를 이루고 있는 인근 구일우성 32평형의 시세는 2억2천만~2억3천만원에 형성돼 있다. 미래시세를 최대한 반영하는 분양권 가격보다 비싼 곳도 여럿이다. 서대문구 충정로3가 우리유앤미 33평형의 분양가는 3억8천만원이지만 이 아파트에서 다소 떨어진 주공그린빌 34평형의 경우 분양권 시세가 3억2천~2억3천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분양가가 3억1천만원대인 구산동 이수브라운스톤 34평형도 인근 경남아너스빌 분양권 시세보다 8천만원 가량 비싼 편이다. 올초 송도풍림아이원이 평당 700만원대에 분양된 인천에서는 6차 동시분양을 통해 한진로즈힐과 성지 리벨루스가 평당 800만원 안팎에 분양돼 1년도 못돼 '평당 800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시행.건설업계에서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토지매입비 상승 ▲인허가 비용 증가 ▲용적률 인하 ▲고급마감재 사용 등으로 인해 건설원가가 자꾸 높아가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만을 놓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토지 공급가가 상당히 낮았던 단지들마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더욱 높게 책정하고 같은지역의 분양가가 1년만에 수천만원씩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대표는 "업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문제는 지나친 분양가를 책정하는 일부 시행.건설업체들"이라며 "이들은 고가분양을 꾀한 일부 단지들이 최근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