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시장의 가격하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도세와 보유세의 이중 강화로 궁지에 몰린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이 급매물가격을 계속 낮추며 거래를 시도하고 있으나 매수세는 완전 실종돼 강남아파트 가격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재건축 아파트값 '추풍낙엽' =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부동산시장 종합대책과 30일 보유세 강화방안이 발표된 이후 반포주공, 개포주공, 잠실주공, 고덕시영 등 주요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강남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던 반포주공 아파트는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확대에 이어 이번 대책들이 쏟아지면서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시세가 최고 7억8천만원까지 치솟았던 3단지 16평형은 지난달 말 대책 발표이후 6억원 안팎까지 가격이 하락한데 이어 이주 들어서는 5억7천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고가에 대비해서는 무려 2억원 이상이 하락한 셈으로 시세가 7억원 이상으로 올라갔던 2단지 18평형도 지금은 5억5천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추가하락을 우려해 사들였던 가격보다 손해를 보고 팔려는 이른바 '손절매 물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근 LG부동산 관계자는 "7억원대에 3단지 16평형을 사들였던 투자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6억원대 초반에 팔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으나 이미 시세는 그 이하로 내려가 팔기 힘든 형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포주공의 경우 지난달부터 나온 매물이 서서히 쌓여 지금은 개포주공 전체 아파트 매물이 140여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지난달초 7억원을 넘어섰던 4단지 15평형은 5억8천만원으로 가격이 1억원 이상하락했으며 5억7천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개포주공 4단지 13평형도 4억6천만원까지 떨어졌다. 개포 경기주공의 김탁기 대표는 "양도세 강화에 이어 보유세 중과세 대책이 나오면서 1가구 다주택자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 같다"며 "매수세는 전혀 없어 매물이 더 나오면서 가격이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잠실주공도 약세를 면치 못해 최고 5억3천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던 1단지 13평형이 4억3천만원대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잠실 부동산마을의 최상무 대표는 "대책 발표 이전에 비해 매물이 배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팔 수만 있다면 내놓은 시세보다 더 싸게라도 팔아달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는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강동 고덕시영의 경우 지난달말 대책 발표이후 나왔던 급매물의 가격이 더욱 떨어져 17평형은 3억2천만원에서 3억원, 19평형은 4억원에서 3억8천만원으로 가격이 2천만원씩 더 빠졌다. ◆ 고급 아파트.타워팰리스도 '급매물' 잇따라 = 지금껏 정부의 대책에 꿈쩍도 하지 않은 채 9.5대책 이후에는 오히려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의 중대형아파트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 빅3'로 불리며 대치동 일대의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개포우성, 선경, 미도아파트도 이번 양도세 강화와 보유세 중과라는 이중 타격에는 마침내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9억원대 이하로는 호가가 절대 떨어지지 않고 현재도 최고가가 9억5천만원에 형성돼 있는 개포우성 31평형은 가격이 8억8천만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8억5천만원짜리 급매물도 출현했다. 그동안 15억~17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던 개포우성 45평형은 13억원대 매물에 이어 11억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은 정부 대책에 꿈쩍도 안했으나 워낙 고가의 아파트라 보유세 강화로 인한 타격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우성과 비슷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선경아파트도 31평형이 1억원 가량 가격이 떨어진 8억4천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급 주상복합의 대명사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일부 평형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그동안 9억~9억5천만원에서 호가가 형성됐던 타워팰리스1차 35A평형은 7억3천만원으로, 17억~18억원이 시세였던 타워팰리스 2차 67A평형은 15억2천만원으로 2억원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대표는 "그동안 양도세 강화에만 치중하던 정부대책이 본격적인 보유세 강화로 나아가자 다주택 보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두려워 한 나머지매물을 떨어내고 있다"며 "하지만 실수요가 두터운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매수세가 없어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