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만들면서 중심을 못 잡고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재경부 홈페이지에는 김 부총리가 경제 부처 수장으로서 부동산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동향에 부초처럼 흔들리며정책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선 지난 10.29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의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주택거래신고제가 발표 직전 관계 장관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택거래신고제는 1단계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인 데도 원래 보도자료에는들어가지도 못하고 기자회견 직전에 따로 작성, 배포됐다. 그동안 검토한 대책들이 `김 빠진 콜라' 같다는 평가를 받자 정책 강도를 높이려고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은 것을 막판에 끼워넣은 것이다. 이후 김 부총리는 이번 대책으로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계층의 반발을 의식한 나머지 지난달 30일 `이보다 더 나가면 사회주의'라고 돌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발언과 관련해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보유세 강화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31일에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보유세를 내년에 2-3배로 올리고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는 2005년부터는 최고 20배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보유세 개편은 예정됐던 일이지만 바로 다음날 관련 회의를 열고 언론에 내부검토 자료까지 배포한 것은 정부가 강경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의도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또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조짐이보이면 2단계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단호하게 밝혔다가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반나절 만에 말을 바꿨다. 김 차관은 "부동산 대책 발표 때까지는 집값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2단계는시행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강남 등 투기 지역에서는 집값이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아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책을 만드는 단계에 국민의 기대치를 감안하고 발표 후에는 국민 설득에 주력해야 하는데 공 들여 대책을 만들고는 고작 하루 만에 여론을 반영한다며 입장을 바꾼 꼴이다. 이처럼 정책이 급변하자 부동산 대책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부동산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부 네티즌의 요구에 등 떼밀려 일반중산층의 조세 부담마저 대폭 올리려 한다며 저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부총리가 통찰력과 신념을 토대로 정책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대중의 입맛 맞추기에만 급급한다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 이끌어가기도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