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되면 취·등록세가 지금보다 3배 이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중개업소와 실수요자들은 '사실상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등록세 세율 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매수자는 대부분 지방세 시가표준을 기준으로 취·등록세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돼 실거래가 기준으로 취·등록세를 내게되면 세금부담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31평형을 예로 들어보면 이 아파트의 기존 시가표준액(중간층 기준)은 1억8천8백만원이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합한 세율은 5.8%로 지금은 1천90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그러나 실거래가인 6억5천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세액은 지금보다 3.4배나 많은 3천7백70만원으로 치솟는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13평을 보면 지금은 시가표준액(1억5천1백만원)의 5.8%인 8백75만원을 취·등록세로 납부한다. 하지만 실거래가인 5억원을 과세표준으로 하면 세금 납부액은 3.3배 많은 2천9백만원으로 급증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취·등록세율 조정없이 주택거래신고제가 앞당겨 실시될 경우 매매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을 살 사람은 취·등록세 부담으로,팔아야 할 사람은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매매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취·등록세 부담이 3천만∼4천만원이나 되는데 누가 섣불리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며 "매매 거래가 중단되면서 투기와 관련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중개수수료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일선 중개업소들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거래를 위축시키는 정책만 내놔 임대료도 못내는 중개업소들이 수두룩하다"며 "세율 인상에 의존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취·등록세의 세율을 현실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취·등록세의 세율조정에 관한 한마디 언급도 없이 서둘러 발표한 주택거래신고제의 조기 도입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가 얼마나 졸속행정에 익숙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9일 발표한 '10·29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연내에 주택을 사는 취득자가 매매계약을 하는 즉시 실거래금액 등 거래내역을 시·군·구에 신고토록 해 취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금액으로 삼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