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ㆍ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은 무수한 뒷얘기와 화젯거리를 남겼다. 이번 종합처방이 나오기까지 부동산 투기열풍은 그동안 정부가 쏟아낸 수많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 불패'를 확인시켰고 급기야는 '강력한 토지공개념'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조차 위헌(違憲)시비가 제기되는 등 막판까지 부동산 대책의 수위조절을 놓고 논란을 빚었다. ◆ 서울 강남 때려잡기 논란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13일)에서 '강남 불패'를 직접 거론하며 "강력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지역을 거명하며 투기억제 의지를 다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강남 집값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데 여기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거품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집값이 급격히 하락해 자산시장 붕괴를 야기하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강남 지역이 이번 대책의 타깃임을 분명히 했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도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는 국민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는게 쉽지 않지만 수요자들이 이를 깨달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을 것"이라며 엄포성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 진퇴 거듭한 토지공개념 이번 대책의 최대 관심사는 토지공개념. 부동산시장도 토지공개념의 검토 수위에 따라 출렁거렸다. 고건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21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와 종합토지세, 부동산실명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토지공개념 도입 예상 수위를 낮췄다. 김 부총리도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말한 것은 집값 급등의 심각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거들자 시장에서는 '별것 없는 것 같다'며 다시 부동산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토지공개념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주택거래허가제 시행'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3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최고 82.5%로 높인 것도 '부동산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 백가쟁명식 언론 보도 정부가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들을 한꺼번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이후 언론에서 '가능한 모든 대책'들이 거론됐다. 실제로 정부는 오보(誤報)에 대해 즉각 대응하던 종전 태도와 달리 오히려 여론을 살피는 형국이었다. 이미 대부분 대책들이 언론에 사실상 공개돼 정부 관계자들은 대책에 '새로운 것'이 없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이날 관계장관회의 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시ㆍ군ㆍ구에 매매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 청와대ㆍ부처간 의견대립도 많아 부동산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처간 불협화음도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들이 말을 안 들어 못해먹겠다"고 발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부동산 투기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청와대에 "불가"를 여러 차례 반복해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교육 문제를 둘러싸고선 교육부와 재경부가 번번이 대립했고 결국 이번에는 '자립형사립고ㆍ특목고 등을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언급 수준으로 봉합했다. ◆ 정치권은 '들러리냐' 불만 고 총리는 이날 아침 부동산대책 최종 발표에 앞서 4당 정책위의장과 막바지 조율을 했다. 각 당의 의견을 수렴해 오전 9시 청와대 경제민생점검회의에 반영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실제 정치권이 제시한 대책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반발을 샀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전협의를 통해 결정해 놓고 통과의례로 총리와 정책협의회를 갖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현승윤ㆍ정종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