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지나친 폭등으로 `버블(거품) 붕괴'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 주택에 40% 이상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행정수도 이전이 마무리되는 2010년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서울지역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현재보다 1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국토연구원 손경환 박사가 내놓은 `주택시장 진단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지역 아파트의 시장가격이 기본가치를 상회,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특히 가격상승을 주도하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에는 기본가치를 40% 초과하는 거품이 끼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의 버블 논쟁이 계속됐지만 구체적으로 `거품의 두께'를 계산해 내놓기는 국토연구원이 처음. 손 박사는 "이는 전세가격이 대체로 하향안정세를 보이는데 비해 매매가격만 크게 상승하는데 따른 것"이라며 "현재 가격으로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해 보증부 월세로 전환할 경우의 수입이 회사채 등 다른 투자 수익에 비해 40%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산의 기본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증가나 금리하락 등의 요인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거품이라고 할 수 없으며, 아파트의 시장가격이 임대수익으로 대표되는 기본가격을 상회하는 것을 거품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 강북지역은 거품이 거의 없고 서울 평균으로는 시장가격이 기본가치를5% 가량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향후 전망과 관련,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한 직접원인의 하나인 저금리는 이미 대부분 시장에 반영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8월말 현재 연 4.04%인 반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투자의 기대수익은 연 5.1%로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거의 차이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택의 기본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시장가격만 상승하기 어렵다는점을 감안하면 저금리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는 것. 아울러 보고서는 15개 시.도의 지난 17년간(1986-2002) 주택가격 자료를 토대로장기균형추세를 분석한 결과,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 및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서울 인구 감소와 주택보급률 상승, 인구증가율 둔화 등으로 명목가격을 물가상승률로 나눈 서울지역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2010년께 현재보다 약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된 상황에서 강력한 대책이나 경제적 충격이가해지면 거품이 터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거품이 서서히 해소되도록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불식시키는 한편 금융.세제.시장을 포괄하는 전방위적 장단기 대책을 내놓고 향후 시행될 정책들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시장 주체들이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밖에 강남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개발 및 강북지역 균형개발,비과세 금융상품 등 시중자금의 대체투자수단 마련, 부동산투자에 따른 자본이득 환수, 경기 용인 등 기존 개발지역의 교통망 정비 등 생활여건 개선, 고교평준화 재검토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 박사는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로 복합불황에 빠진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자기자본 비율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거품이 터져도 일본처럼 경제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