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각에서 `이제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의 거품(버블)을 걷어내야 하는 시점이 아니냐'는 논의가 조심스럽지만, 그러나 진지하게나오고 있다. 그동안 분양권 전매금지와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건설 비율 확대 및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양도세.보유세 강화, 중개업소 세무조사등 조치를 있는대로 쏟아냈음에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바로 `약발'이 다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원가 공개와 분양가 규제 등 단기 대책과 함께 주택 등 부동산 거래 허가제 도입, 금리 인상 및 부동산담보대출 총액 제한제 시행, 보유.거래세의 획기적 상향조정 등 시장을 얼어붙게 하거나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정부내에서 일고있는 것. 이런 논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강남 부동산 가격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세우겠으며 지금 대책으로 부족하면 그 이상의강도높은 대책을 언제든지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10년새 집값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일본의 사례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떤 카드 남았나 = 동원할 수 있는 단기적인 카드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결국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나 일부 국회의원이 추진하고있는 원가 공개나 분양가 규제, 양도세.보유세 현실화, 신도시 추가 건설 등이 그것이다. 가장 단기적인 카드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와 주택담보비율 축소 등. 최근 부산 해운대.수영구와 대구 수성구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에 추가됐으며 국민은행의 9월 집값 동향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분당 등 주택가격이 상승세인 지역이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투기지역에 지정될 예정이다. 주택담보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춘데 이어 이를 다시 낮추는 방안도 단기적 처방책의 하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울러 원가 공개와 이에 따른 원가연동제 등 분양가 규제를유력한 추가 대책으로 꼽고 있다. 일정 가구 이상의 아파트 분양공고시 해당사업장별 분양원가 내역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상세히 밝히고 이를 통해 분양가와 주변 기존 주택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포석. 이런 가운데 의원입법으로 도급순위 300위내 업체가 300가구(투기지역은 100가구) 이상을 분양하려면 택지비와 재료비, 인건비 등의 원가내역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돼 있다. 이밖에 양도소득세 추가 인상과 2006년 실시하기로 한 종합부동산세의 조기 도입,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신도시 추가 건설 등도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이다. ◆`모든 규제가 오히려 호재' = 그러나 이들 조치가 모두 부작용을 낳거나 시장에 먹히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일부 대책은 전문가들조차 `근본처방'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부가 `회심의 한방'으로 내놓은 것이지만 풍선 효과처럼 부동자금이 곧 다른 부문으로옮겨가거나 얼마 안가 약효가 떨어진 게 사실. 현재 상황에서라면 원가 공개나 분양가 규제 조치가 분양가를 떨어뜨리기보다는엄청난 청약경쟁 과열현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고 분양가 규제로 부실공사나 품질저하 시비가 이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기존 아파트의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양도세나 보유세 강화에 따른 세금 부담을 아파트 값에 얹어 불과 몇주만에 몇억원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어정쩡한 세제 개편도 별무효과라는 점도 이미 입증된 조치. 문제의 핵심은 4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자금이 `갈 곳을 찾아' 시중에 떠돌고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 평형 의무건설 비율 확대와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조치로조합원들의 기대이익이 실질적으로 크게 줄었음에도 한때 약보합세를 보이던 재건축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사업승인 확대로 지난 2년치보다 많은 재건축 공급 물량이 상반기에만 쏟아지고 대형 평형이 크게 늘어나는 등 공급이 과거에 비해 폭증, 수요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불러온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 것도 결국은 넘쳐나는 돈 때문이라는 게 건교부 분석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상황에서는 어떤 규제책을 내놔도 시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한다"고 털어놨다. ◆`혁명적 버블 걷어내기' 논의 본격화 =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정부는 거품이 꺼진 일본의 사례를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근 주택시장 상황이 일본의 80년대 후반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80년대 후반 도쿄 도심 지가를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온갖 대책을 내놓은 뒤 결국 9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총량제한과 금리인상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즉 은행별 대출총액을 전년 동월 대비 10% 이내 상향조정 등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금리를 단기적으로 상당한 폭으로 인상했던 것. 결과는 은행들이 새 주택자금 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자금 회수에 들어가고 빚을내 집을 샀던 수요자들의 이를 갚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택가격 지수가 90년100을 기준으로 2002년 45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따라서 정부도 주택담보비율 축소 조정 및 총액 제한과 금리인상, 토지거래허가면적 축소 등 사실상의 주택 거래 제한 등의 후속 조치를 조심스럽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리인상 등의 조치가 다른 경제부문에 주름살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자산 디플레이션 등의 현상이 생길 경우 100% 주택보급률이 이뤄진 상황에서 다시한번주택경기를 되살리기는 어려운 만큼 엄청난 사회.경제적인 파장이 예상되는 점이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 더욱이 내년 이후 그동안 사업승인된 수도권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데다행정수도 및 공공기관 이전 등에 따른 수요 감소까지 겹칠 경우 집값 급락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서서히 거품을 걷어내지 않으면 결국 `거품의 빅뱅'으로 이어져 더 큰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논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며 "이들 정책이 현실화될지, 또 언제 시행될지 여부는 결과적으로 시장동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