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체들이 끊임없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브랜드 선호도를 앞세운 대형 업체의 분양가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분양가 인상은 기존 아파트값을 밀어올리고 다시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값을 따라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같은 사업장에서 시간차 인상 LG건설이 이번달 경기도 양주에서 2차 분양에 들어가는 양주자이는 1차 때보다 평당 30만원 가량 뛰었다. 부지매입과 보상이 같은 시기에 이뤄졌고 다만 분양시기만 5개월의 시차가 있지만 분양가는 '이유없이'오른 셈이다. 이때문에 2차 청약자들이 32평을 분양받으려면 1차때보다 약 1천만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행사인 건남개발 관계자는 "부지 내 교회이전 문제로 분양이 지연되면서 각종 추가 비용이 발생한 데다 분양위축에 대비한 광고예산 확보를 위해 분양가를 다소 인상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지난 5월 공급한 서울 마포구 공덕삼성래미안4차도 1년전에 분양한 공덕래미안3차보다 무려 평당 3백36만원이나 뛰었다. 3차 25평 분양가는 1억8천만원선이었으나 4차 25평 분양가는 2억7천만원에 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4차의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파트값보다 비싼 분양가도 나와 금호건설이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서 공급하는 '금호어울림'은 평당 분양가가 9백만∼9백5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7월 광명시에서 분양된 영화건설의 평당 분양가 6백50만∼7백80만원보다 1백50만원 가량 비싼 것이다. 게다가 내달 광명시 소하동에서 분양하는 우림건설의 공급가보다도 평당 1백만원이나 높다. 경부고속철도 역세권인 데다 마감재를 업그레이드 하다보니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했다는게 금호건설측의 설명이다. 오는 11월께 광명에서 분양예정인 이수건설 역시 평당 분양가를 9백50만∼1천1백만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인근의 인기단지인 주공도덕파크보다 평당 50만원 가량 높은 가격대여서 당첨되더라도 분양권 웃돈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분양가 인상경쟁 지방까지 급속 확산 서울 및 수도권의 분양가 급등 행진이 대구 부산 대전 등 최근 분양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지방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작년 말부터 분양열기가 고조된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값을 크게 상회하는 등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값의 2배를 웃도는 '배짱 분양'까지 선보였다.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선보인 '유림 노르웨이숲'은 평당 분양가가 6백만∼9백만원대로 인근 아파트 시세(평당 5백50만∼6백만원대)를 크게 웃돌았다. 수성구 황금주공 재건축아파트도 분양가가 평당 6백50만∼7백90만원선에 책정됐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서 분양되는 '더샵 전주효자'아파트는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평당 5백만원'의 분양가 시대를 열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이 아파트는 64평형 분양가가 평당 5백9만원으로 잠정 결정돼 평당 2백만원 안팎인 인근 시세보다 2배 이상 높은 분양가를 기록했다. 부산에서도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이 평당 7백만∼9백만원선에서 공급돼 평당 1천만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부산의 경우 지난 2000년 평당 분양가 3백44만원선에서 올해는 6백3만원으로 3년새 75%나 상승했다. ◆분양원가 공개 논란 거세질 듯 이처럼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되는 한 원가공개를 포함한 분양가 규제여부에 대한 찬반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분양가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분양원가 공개는 물론 부분적인 분양가 규제 등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희규 의원 등 30여명은 수도권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1백가구(기타지역은 3백가구)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개정안을 지난달 22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주택업계는 실효성이 적고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 의무화는 시장원리와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고 위헌소지가 있는 과도한 규제이므로 입법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