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이후 펜션(민박용 주택) 매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객실 가동률이 뚝 떨어지자 조바심이 난 펜션 소유주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펜션 운영이 생각보다 힘든 것도 매물 증가의 요인이다. 그러나 투자비보다 낮은 값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소유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매물 증가세 뚜렷 전원주택 개발업체인 그린하우스21의 진명기 사장은 "여름 이후 펜션 매물 10건을 의뢰받았다"며 "그 중에는 5천만∼1억원씩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아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전원주택 정보 제공업체인 OK시골의 김경래 사장도 "최근 4명이 펜션을 매각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주로 '나홀로 펜션'이나 공급과잉 지역의 펜션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숙박 정보 제공업체인 투어123 관계자도 "지난해보다 매물 의뢰 건수가 증가한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매물은 주로 펜션 정보 제공업체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흘러 나오는 경우가 많다. 드러내 놓고 팔면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럼에도 매수자의 입질은 거의 없다. 수요자들은 자기 취향대로 집을 지으려는 성향이 강해 기존 펜션 매입을 꺼리는 데다 수익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많이 끼고 펜션을 지은 이들도 많아 이대로 가다간 펜션이 경매 처분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펜션 운영 만만치 않다 펜션을 팔겠다고 의뢰해오는 이들은 드러내놓고 장사가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나서 속사정을 떠보면 매각의 진짜 이유가 장사가 안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지타산이 맞는 펜션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펜션 운영이 힘에 부치는 것도 한 원인이다. 펜션 운영을 위해 온가족이 매달려야 하고 손님 뒷바라지도 사실상 중노동이다. 더 좋은 펜션을 짓기 위해 기존 펜션을 파는 사례도 있다. 운영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제대로 펜션을 지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린하우스21의 진 사장은 "유행에 휩쓸려 펜션을 지었다가 손해만 보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며 "펜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시장 전망이 반드시 장밋빛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