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없어 부르는게 값입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몰려들었던 개미투자자들은 엄두도 못냅니다. 강남권 큰손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죠." 판교신도시 예정지 주변인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에서 경부고속도로 궁내동톨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수지~판교간 도로변에는 70~80개의 부동산중개업소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이후 1년 새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른 투자수요를 노리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개업소들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판교신도시 일대 부동산시장에 투기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딱지는 물론 인근 토지를 무조건 매입해 달라는 투기세력의 매수 주문이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다. 시흥동 J컨설팅 관계자는 "강남대체 신도시가 조성되기도 전에 강남투기대체 시장이 먼저 펼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신도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인근 시흥동 금토동 궁내동 신곡동 일대 토지시장에서는 강남권 투기세력과 큰손들의 움직임이 쉽게 포착되고 있다. 궁내동 D컨설팅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재래시장 수준이라면 판교 일대 토지시장은 강남권 큰손들이 움직이는 이른바 '큰 물'"이라며 "겉으로는 조용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투자금액이 크다 보니 투자자도 큰손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땅과 함께 원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 및 아파트 입주권(일명 딱지)도 투기꾼들의 먹이감이다. 최근 들어 딱지의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리면서 호가도 급등하고 있다. ◆ 딱지 품귀현상 이처럼 대토용 딱지의 인기가 치솟는 것은 이주자용 단독택지(평균 70평)를 조성원가의 70~80%에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지구지정 직후 1억5천만원선에 거래되던 딱지값이 2년만에 두배가 넘는 3억5천만~3억7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현재 딱지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은 판교 삼평 운중동 등 개발부지 내 1천여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판교신도시는 이미 지구지정을 마쳐 딱지 거래는 불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공증 등의 수법을 통해 전매가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 토지 매입 문의 폭증 대형 아파트 확대와 학원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땅을 찾는 투기세력이 평일에도 몰려들고 있다. 판교 일대는 최근 2~3년 새 땅값이 무려 5배이상 폭등했다. 지난 2000년 평당 2백만원에 거래됐던 궁내동 도로변 땅값은 1천만원 이상을 불러도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근 시흥동 금토동 신곡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초 평당 5백만원에도 못미치던 시흥동 도로변 전원주택단지는 평당 7백만원을 웃돌고 있다. 도로변에서 멀리 떨어진 대지도 평당 4백만원선에서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땅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이 절대 부족해 추가 상승을 노린 투기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판교신도시가 개발되면 보상금을 받은 원주민들이 인근 토지시장으로 몰려 30% 이상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