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싫어요.'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이 때문에 건설공사 현장소장들은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날씨는 공사기간(공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공사비를 늘리기도 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 근로자들도 비가 오면 일손을 놓고 쉬지만 비가 그치면 밀린 일까지 겹치기로 해야 하기 때문에 비는 건설현장에서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 올 여름엔 지난해보다 30% 이상 많은 비가 내려 공사현장마다 온통 난리다. 경기도 용인 월드아파트 공사현장의 박문규 소장은 "올해는 특히 비가 잦아 공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현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올 여름비 때문에 공사보다는 토사유출 등에 따른 주민민원 단속에 더 바빴다고 했다. 대우건설 장경각 과장은 "건설사들은 보통 여름 우기철을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한달 정도 잡는다"며 "여기에 맞춰 공정과 공사내용을 정하지만 올해는 좀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8월까지도 우기가 계속돼 대부분의 현장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근로자들은 이 때문에 본의 아닌 장기 여름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한 현장 소장은 "공기가 뒤처질 경우 철야작업에 들어가기도 해 공기가 고무줄처럼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올해는 더위보다는 비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