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계획의 산증인인 손정목(75.전 서울시립대 교수)씨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서울 도시계획 반세기의 '증언'을 담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한울 刊. 전 5권)를 냈다.

서울시의 모습이 가장 달라진 시기는 1966년 김현옥 시장부터 양택식, 구자춘시장을 거친 1980년까지의 15년간. 저자는 1970-77년 서울시 기획관리관과 도시계획국장을, 22년간 중앙도시계획위원을 각각 지내면서 각종 도시계획에 참여, 겪거나 알게된 갖가지 '비화'를 가감없이 공개했다.

저자는 "서울 도시계획에 대해 최종적으로 한명이 책임져야 한다면 바로 나"라면서 "도시계획이 잘됐다 못됐다의 가치 판단을 떠나 있었던 일과 알고있었던 일을관련자들이 살아있을 때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강남개발 = 1966년 제3한강교 건설이 강남개발의 첫 단추였다.
강남개발은 단순 인구과밀의 억제책이 아니라 전쟁이 다시 발발할 경우, 6.25 당시 서울시민이 피난가지 못했던 상황의 재연을 피하고자 시작됐다.

여기에 1968년 착공된 경부고속도로 주변 영동지역에 400만평이 구획정리사업지구로 지적되며 허허벌판이던 강남개발이 탄력을 받는다.
실무 책임자였던 윤진우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이면에서 박종규, 김종필, 김정렴 등의 배후지원으로 대선자금마련을 위해 강남개발과 부동산투기를 동시에 벌이는 악역을 맡았다.

고속도로 건설에서는 땅값을 안들이려 구획정리사업의 명목으로 땅을 강제로 기부받는 방식으로 빼앗았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땅값으로 들어간 비용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롯데타운 형성 = 호텔롯데는 건립예정 부지의 상당부분이 각각의 소유주로부터 반강제 매입됐고 외자도입법, 특정지구 개발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되는등 각종 특혜가 베풀어졌다.

호텔롯데는 엄청난 부동산을 취득했지만 부동산취득세도, 재산세도 물지 않았다.

반도호텔과 국립도서관이 롯데에 불하됐으며 호텔이나 백화점을 짓는데 소요된 외국제품과 각종 물품은 관세도, 물품세도 물지않았다.

외자유치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특혜였다.
저자는 당시 김종필 총리실에 양택식시장과 함께 불려가 호텔롯데 건설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지시받았다.

▲청계고가도로 = 김현옥 시장이 부임 이듬해인 1967년 미아리고개-청계천로-신촌.홍제 등을 연결하는 유료 고가도로를 건설하면 교통흐름이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즉흥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다.

그러나 예산도 설계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대자가 많아 고가 규모는많이 축소됐지만 김 시장은 골격 자체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워커힐 내왕'을 위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개관된지 얼마안된 워커힐을 뻔질나게 찾았다.
주연과 휴식에안성맞춤이었기 때문. 1970년 양택식 시장으로 바뀐 뒤에도 공사는 계속됐다.
남산1호 터널이 생겨 남산과의 접속이 필요해진데다 대통령 워커힐 나들이를 편리하게하기위한 충성심 경쟁에서 양 시장도 뒤지지 않았던 것.

▲물거품된 여의도건설 = 김현옥 시장은 건설부의 반대에도 불구, 박정희 전 대
통령으로부터 한강개발계획의 재가를 얻는다. 1967년 12월27일 기공식, 이듬해 2월1
0일 밤섬폭파가 있었다. 이후 여의도에 서울이동시청을 설치, 110일 작전에 돌입한
다. 여의도 도시계획안은 건축가 김수근에 의뢰됐다. 탄생한 '여의도 및 한강연안
개발계획'은 공사기간 20년, 1천억원의 투자를 요구했다. 당시 서울시 재정형편으로
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김 시장은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로 물러난다. 같은해 10월
말 박 대통령은 여의도 중앙부요지 12만평을 나무 한그루 없는 아스팔트 포장광장으
로 지을 것을 후임 양택식 시장에 지시한다. 여의도계획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핵무기개발예정지 서울대공원 = "1968년 5월경에 박 대통령께서 본인을 불러
한국안보문제에 대하여 미국과의 기묘한 관계, 국제적인 상황 등을 설명하시며 핵무
기를 비롯한 신무기를 연구 발전시켜야겠다는 말씀이 계셨으며..."

박 전 대통령이 제일은행으로부터 11억원을 빌려 김재춘 혁명동지에게 주어 과
천부지 136만평을 매입, 핵무기 개발기지로 조성하려 했다고 밝힌 김재춘의 증언이
다. 그는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에 보낸 진정서에서 지금은 서울대공원이 된 과
천부지가 당초 핵무기개발기지로 매입됐음을 밝힌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계획은 포기됐다. 박 대통령은 추후 현장을 살핀 뒤 국민을
위한 휴식처 용도로 서울대공원으로 발족시키자고 결심한다.

▲빈민촌가린 프라자호텔 = 1966년 존슨대통령의 방한 환영식이 서울시청 앞에
서 열렸다. 당시 남산의 빈민촌이 TV 영상에 담겨 미국의 안방에서 방영된다. 이를
본 미국교민들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도시재개발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프라자호텔은
남산의 빈민촌을 가리기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지금은 남산의 조망을 가리고 있다.

▲서울시 요새화와 남산 1.2호터널 = 남산터널은 1968년 김신조 사건에 따라 계
획됐다. 김현옥 시장은 이듬해 1월7일 서울시 요새화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남침
이나 간첩침투에 대비하기 위한 대피소로 터널을 공사키로 한 것이다. 유사시 용산
과 중구의 시민 각 15만명 등 30만명이 여기로 대피토록 구상한 것.

서울시청 앞 거대한 규모의 소공동 지하도 역시 북한과 장기전쟁에 돌입할 경우
임시 서울시청으로 삼기위한 방안으로 고안됐다.

▲올림픽유치 포기를 위한 밀사 파견 = 1988 올림픽 개최국 결정을 앞두고 한국
측이 계상한 경비는 2천500억여원이었으나 국제경기연맹의 요구에 따라 재계상한결
과 6천200억여원으로 증액됐다. 거기에 경쟁상대인 일본의 유치활동이 매우 활발하
게 전개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났다.

결국 명분있는 후퇴론으로 결론났다. "일본에 밀사를 파견, 일본이 한국의 86
아시안게임 개최를 적극 지원하겠다, 그리고 88 올림픽 개최는 일본에게 양보해달라
는 간곡한 요청을 하도록 하자, 그러면 우리측이 마지못해 양보한다는 태도를 취하
자"는 후퇴론이 비등했다. 김 집 위원이 일본에 파견돼 이같은 의사를 타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군사정권 4대의혹의 하나 워커힐 건설 = 미군장병 3만명의 휴가유치를 위해
건설된 곳이다. 사단법인 워커힐이 60억환으로 출발, 1962년1월 기공식이 거행됐다.
추후 국회감사에서 이 공사에 각군 공병감 휘하 각종 장비가 동원됐으며 연인원 2만
4천여명이 무상노역했음이 밝혀진다.

저자는 특히 19만평의 부지 중 사유지와 매수대금은 얼마만큼이었으며 건축위원
과 기타 자문위원, 고문 등에 대한 사례는 얼마나 지급됐고, 삼환.대림.동아 등의
건설사와는 어떤 조건으로 시공계약이 이뤄졌는지 등이 여전히 은폐돼있다고 지적했
다.

▲행정수도 전말 = 박 전 대통령은 1977년 2월10일 오전 서울특별시 연두순시에
서 '임시행정수도'를 만들겠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한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돼 천
원.장기.논산 3곳의 지구로 후보지가 압축됐다가 충남 공주의 장기지구로 사실상 내
정됐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가 참여했고 1979년 5월 '행
정수도 건설을 위한 종합보고서'가 박 대통령에게 제출된다. 소요기간은 15년, 총투
자비용은 1978년 불변가격으로 5조5천억여원에 달했다.

당시는 석유파동으로 온 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행정수도 건설은
엄두낼 수 없었던 상황. 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대전으로 순수 중앙행정기능만 옮기
는 방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강남 토지투기 = 대통령 경호실장 박종규는 서울시 실
무과장에게 과천.서초.강남.잠실 가운데 가장 투자가치가 큰 지역을 꼽을 것을 지시
했고 "탄천을 경계로 그 서부지역 일대"라는 답을 듣고 그 땅을 사모았다. 토지매입
은 1970년 2월부터 시작됐다. 자금이 실무과장에게 공급돼 그가 사고 땅값이 오르면
되파는 방식이었다. 이후 영동 제2지구, 남서울 개발계획 등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 사건은 박종규.김현옥 두 사람이 장차 있을 대선에 대비해 박 대통령에게 목
돈을 마련해주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최근의 청계천 복원과 관련, "청계고가 건설 당시 시멘트는 많았지만 철
강이 모자라 적게 쓴 탓에 수명이 다됐고 이를 해체하는 것에 겸해 청계천을 복원하
는 것은 잘하는 일로 본다"며 "복개한지 무척 오래됐는데 지금쯤 그 밑이 어떻게 됐
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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