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 수주전의 혼탁 양상이 도를 넘었다는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물량이 바닥나면서 재개발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업체들의 경쟁이 지나치게 심해져 재개발 조합원 총회가 파행으로 진행되고 폭력사태까지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저녁 마포구 염리동 마포문화센터에서는 지역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덕5구역 재개발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조합원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는 마포지역의 재개발사업을 대부분 수주해 이 지역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삼성물산과 마포에 입성하길 원하는 LG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총회가 진행되면서 갖가지 파행적인 일이 벌어져 재개발 수주전 혼탁상의 극치를 보여줬다. 총회가 진행되는 도중 재개발추진위의 사업진행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을 용역업체 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조합원들이상처를 입기도 했다. 총회장 한편에서는 조합원의 주민등록증 사본과 통장 사본이 발견돼 "돈으로 조합원을 매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투표 결과에서는 삼성물산이 131표, LG건설이 128표를 얻어 3표 차이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그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삼성물산측이 서면결의서 80표를 제시한 반면 LG건설측은 서면결의서 대부분이무료처리돼 1표만이 유효처리되자 LG건설측이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수주전의 혼탁 양상은 26일 열린 아현1동 2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총회에서도재연됐다. 수백명의 용역업체 직원들과 도우미들이 행사가 열린 초등학교에 동원돼 옛날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한 이날 총회에서는 진행과정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들이 조합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총회장 입장을 막자 주민들이심하게 반발했고 반발하는 주민들을 용역업체 직원 수십명이 둘러싸는 살벌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재개발사업 수주전이 이렇게 혼탁해진데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달라진 사업환경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서울에서 재건축사업 물량이 바닥나자 건설업체들이 전부 재개발 현장으로 몰려든데다 재개발 규제가 강화되는 재개발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다음달 시행되기전에 시공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수주를 둘러싼 잡음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수주경쟁의 과열 양상이 도를 넘어선 느낌"이라며 혼탁해진 재개발 수주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