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요즘 고객들이 부쩍 토지에 관심을 갖는 것에 적잖게 놀라고 있다. 그는 "종전까지만 해도 소규모 상가건물이나 빌딩,재건축대상 아파트가 인기였지만 최근 들어 토지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5·23 '부동산시장안정대책'이 나온 후 토지를 투자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고객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팀장 뿐 아니라 토지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부동산공인중개사들 역시 "땅으로 자금이동이 시작된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파트 값을 잡는데 집중되자 토지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파주 김포 등 신도시 주변 땅값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른 지역도 수요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규제가 주택에 비해 느슨한 게 이같은 움직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도시 안팎,여전히 뜨거워 파주 교하 등 신도시 주변 택지지구 내에서 공급되는 용지(用地·개발용토지)가 부동자금이 몰리는 대표적인 곳이다. 교하지구의 원주민 이주자용 택지(70평형 기준)의 경우 지난해 초 3천만원하던 프리미엄이 현재 1억3천만원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하읍 문발리 Y부동산 관계자는 "이주자용 택지는 원가의 80%선에 공급돼 가격이 싼 게 장점"이라며 "물건을 구해 달라는 문의는 많지만 매물이 아예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포시의 경우 건축허가를 받았거나 신도시 인근의 수용되지 않는 1∼2급지 땅은 평당 70만∼1백만원,땅 모양이 좋지 않거나 도로 사정이 나쁜 3∼4급지도 평당 50만∼6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는 최근 한두달 새 2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김포 장기동 H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도시발표 직후에 비해 가격 오름세는 잠잠해졌지만 5·23 조치 후 추가 상승을 기대한 일부 토지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김포에선 미등기 전매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태안 일대 개미투자자까지 가세 최근 1∼2년 동안 꾸준히 강세를 이어온 강원도 평창군,충남 태안 등에는 요즘 개미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강원도 평창군의 경우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기대감과 펜션을 지을 부지 수요가 몰리며 올 초에 비해 땅값이 2∼3배 뛰었다. 겨울올림픽 선수촌 건립이 예정된 용산리 횡계리 일대의 논밭은 올 초 평당 10만원에서 지금은 평당 3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3천2백90여필지가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1천9백50여필지)보다 크게 늘었다. 펜션 부지로 각광받고 있는 충남 태안 등 서해안 일대 토지도 강세다. 안면도 일대 펜션용 땅들은 지난해 평당 80만∼1백만원선에서 지금은 3백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돌공인중개사무소 진명기 사장은 "펜션 부지로 개발한 뒤 분양할 용도로 10만평 이상 대규모 땅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형질변경 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23대책 이후 택지지구 내 단독택지 청약열풍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택지 청약열기는 5·23 조치 이후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접수를 마감한 경기도 남양주 평내지구 단독택지 49개 필지에는 1천9백60명이 몰려 평균 40 대 1,최고 3백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토지의 경우 워낙 변수가 많은 데다 용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중·장기용 투자상품이어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경기가 나빠지면 주택보다 땅값의 하락폭이 더 크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며 "정부도 주택에 못지않은 강력한 토지 값 안정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