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풍의 진원지로 지목돼 온 서울 강남 집값이 잡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강남구 도곡1차 아파트가 미분양되는가 하면 기존 아파트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4차 동시분양 당첨자 계약이 마감된 29일 강남 부동산 시장은 '두자리 가구수' 미분양 사태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서울 동시분양에서 선보인 강남권 물량 가운데 20가구 이상 미계약분이 나온 것은 도곡1차가 처음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주 들어 강남지역 기존 아파트값의 하락세도 확산되고 있다. '5·23 부동산안정대책' 발표 이후 호가 기준으로 1천만~2천만원 빠진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나마 매수세가 받쳐주지 않아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도곡1차 미분양은 가수요 제거의 신호탄 강남구 도곡1차의 계약이 시작된 지난 27일부터 마감날인 29일까지 대치동 현대 주택문화전시관은 연일 '살벌한'풍경이 연출됐다. 10여명의 국세청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약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27가구가 계약을 포기하자 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현대 LG 쌍용 등 시공3사 관계자들은 "설마했지만 실제로 미계약물량이 나올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업계는 '5·23대책'으로 프리미엄(웃돈)을 노린 가수요 거품이 완전히 빠진 게 미분양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가수요 당첨자들이 8천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전매기회를 기다리는 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계약장소인 대치동 현대주택문화관에서는 계약 마감을 앞두고 계약금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당첨자들이 여럿 목격됐다. ◆기존 아파트값 하락 조짐도 5·23대책 이후 매수세가 뚝 끊기며 약보합세를 유지하던 강남권 기존 아파트값 역시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3단지 16평형의 호가가 이번주 들어 2천만원 가량 빠진 데 이어 강동구 고덕동 저층단지도 큰 평형을 중심으로 호가가 1천만원 가량 낮아졌다. 고덕시영 17평형의 호가는 3억1천5백만원에서 3억5백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고덕동 제일공인 관계자는 "17,19평형 등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여러개 나왔지만 매수세는 없다"고 말했다. 솔렉스플래닝 장용성 사장은 "실물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만 '나홀로 활황세'를 보였기 때문에 정부가 5·23 수준의 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진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성근·송종현 기자 truth@hankyung.com